일제는 조선시대 당쟁의 가치를 평가절하시켰다. 우리 국사교과서에서도 조선시대 당쟁을 소모적인 '패거리 정치'로 해석했었다. 다행스럽게 최근 들어 조선시대 당쟁에 담긴 긍정적인 역할과 가치를 되살리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두 사상간 대립과 견제는 역설적으로 조선왕조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있다. 독재와 편향을 견제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정치와 비슷했다는 평가다. 치열한 당쟁 속에서 조선 왕조는 단일왕조로 500년동안 지속되는 기록을 남겼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감세, 규제완화'라는 기존 방향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 논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향설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박근혜 전 대표, 정두언 의원) 서민들에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편향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며 창조적 파괴를 외치는 이들도 등장했다.(김성식 의원 등 개혁성향) 이는 거세게 불고 있는 쇄신작업과 맞물려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
민주당의 노선투쟁도 거세다. 환골탈태를 목표로 추진중인 '뉴민주당플랜'을 놓고 정면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이 플랜의 초안은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제3의 길, 중도개혁, 성장과 현대화에 대한 관심 제고 등을 말한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한나라당 2중대가 되자는 얘기냐"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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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광복 이후 제대로 된 '전국정당'을 가져보지 못했다. 경상도의 당, 전라도의 당, 충청도의 당 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역과 인맥에 따라, 유력 지도자를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모래알 정당'들이었다.
당파성은 세계 정치역사상 보편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제대로 된 당파성이 정치·사회 발전에 도움을 준다. 이상정치를 꿈꿨던 주리론의 남인은 실학파의 태두인 다산 정약용을 배출했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주기론의 노론은 실용주의의 원조격인 북학파로 이어졌다. 두 정당은 철학과 원칙 못지않게 끊임없이 현실에 적응하려는 발전전략을 유지했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내부 노선·사상 투쟁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사람 중심의 패거리 정치'에서 '정책 중심의 정당 정치'로 발전하려는 씨앗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져야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가능할 것"(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이란 말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선 안된다.
두 당이 현재 겪고 있는 내부투쟁이 진정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진통이기를 국민들은 바란다. 국민들이 반길 꿈과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 국민들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화통한' 정당정치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