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가 한강공원을 좋아하게 된 건 지난해말 암사생태공원 호안공사가 끝나면서부터. 콘크리트 호안이 사라지고 흙과 크고 작은 돌, 물속 식물 등이 어우러진 강변을 보고 있노라면 도시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
↑암사생태공원 조성전·후 ⓒ서울시
한강에서 먹을 물을 얻고, 홍수를 막는 '치수'에서 벗어나 한강의 고유 매력을 복원, 시민들에게 쾌적한 도시를 돌려주자는 한강르네상스의 취지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인공호안 녹화 등 생태공간 조성은 워터프론트 타운 개발, 서해 뱃길 공사의 밑작업이기도 하다.
◇삭막한 콘크리트 벗은 녹색 생태공원=한강의 가장 큰 변화는 시민들의 진정한 쉼터로 거듭난 것이다. 최근엔 한강변 녹지를 따라 풀냄새를 맡으며 산책하고, 한강물에 직접 손.발을 담그는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한강하면 떠올랐던 여름 장마철 상습적 범람, 삭막한 콘크리트, 어둡고 황량한 공원 등은 이제 옛 추억으로 묻어도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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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강 생태공간화 작업의 결과다. 콘크리트 인공호안에 녹화작업을 비롯해 암사생태공원, 강서습지생태공원,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등 12개 생태공원 복원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연형 침수공간 조성, 지천 합류부 생태개선사업도 진행중이다. 시는 이들 작업에 총 941억원을 투입했다.
↑ 한강철교남단 녹화사업 전(왼쪽)·후(오른쪽) ⓒ서울시
새롭게 조성한 생태공원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강서구 암사동 한강둔치 생태공원이 대표적이다. 암사동 생태공원은 16만2000㎡ 규모로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시설물을 최소화했다. 공사중 뽑힌 갈대와 물억새를 다시 심을 정도로 자연스런 경관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한강변 풀과 나무들의 씨앗을 뿌려 식생을 도왔다. 생태공원 이용객들이 날아가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관찰데크를 강물과 나란히 배치했다.
강서 습지생태공원도 지난해말 공사가 끝났다. 34만㎡ 규모 기존 생태공원이 37만㎡로 확장됐다. 수로가 자연형으로 정비되면서 한강물 유·출입이 원활해졌다. 새로 조성된 2만㎡ 규모 테마별 습지생태공원에는 연꽃·부들·물옥잠 군락도 조성됐다. 시는 시민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행주대교쪽 산책로 1820m도 연장했다. 조류관찰대에서는 한강을 찾은 겨울철새도 볼 수 있다.
올 연말이면 바짝 말랐던 여의도 샛강도 달라진다. 시는 4.6㎞ 여의도 샛강에 있는 콘크리트 박스를 철거하고 아치교량을 신설해 한강 흐름을 도울 예정이다. 시민들이 물길 옆을 편히 걸을 수 있도록 나무 데크를 조성하고 있다. 기존 콘크리트 포장 주차장 면적을 20%로 축소하고 환경친화적인 잔디블록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 강서생태습지공원 전경 ⓒ서울시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서울의 젖줄은 칙칙하고 삭막한 모습으로 변했다. 1000만명이 사는 대도시 서울은 볼품 없고 대기오염 심각한 도시라는 오명도 따랐다. 외국인들이 서울 한강을 보고 3번 놀란다는 말도 생겨났다. 도시 한가운데 크고 넓은 강이 흐르는데 놀라고, 훌륭한 강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또 놀라고, 마지막으로 비싼 한강변 아파트값에 놀란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인공호안 녹화작업을 필두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 팔을 걷어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한강의 특성을 살리고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면 매력적인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밑거름이 됐다.
치수에만 치중했던 한강 개발사업은 이제 콘크리트 인공호안을 걷어내고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업그레이드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한강변 8곳에 워터프론트 타운이 조성되고 중국까지 이어지는 서해 뱃길도 열릴 전망이다.
서울시는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만 조망권을 독점하면서 생겨난 한강의 사유화 문제도 서서히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모든 시민들이 한강을 보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재건축아파트 부지 기부채납 등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