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DR을 기축통화로 지지하자

머니투데이 백경훈 기자 2009.05.0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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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SDR을 기축통화로 지지하자


세계 패권국들은 자국 통화를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로 삼아 왔다.

19세기 패권국 영국은 파운드를, 20세기 패권국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했다. 역사를 거슬러 로마시대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패권국들은 군사 권력, 경제 권력에 더해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화 권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의 경제 권력이 뿌리 채 흔들리면서 통화 권력에도 균열이 났다. 이 틈을 위안화 국제통화론을 앞세운 중국이 비집고 들면서 새 국제통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중국의 위안화 위상 강화 노력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4일 위안화를 국제결제통화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대외 금융원조를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제공키로 했다. 아울러 중국 4개 상업은행에서 국제 상품거래를 위안화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위안화 힘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한때 6.82위안을 기록하는 등 7개월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중국 고위 관계자들도 당분간 위안화 절상 추세를 유지할 뜻을 시사해 위안화의 기축통화 위상구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경제학자 프레드 버그스텐은 미·중 간의 비공식적인 'G2' 파트너십 형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에 대해 통화 권력을 중국과 나눠 가지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기축통화로 달러가 그대로 남든, 위안화로 바뀌든, 아니면 달러와 위안화가 공동 분담을 하든 특정국가의 화폐가 기축통화로 쓰이는 데 따른 문제점은 같다.


세계 통화 공급은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축통화 국가의 개별적 특수상황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베트남전 비용 지출, 기업들의 해외 투자, 산업경쟁력 약화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누적 등으로 달러가 너무 많이 풀려 나갔다. 그 결과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로 '수출'됐고, 세계 경제는 고스란히 그 후유증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러한 불공평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SDR(특별인출권)을 발행해 달러를 대체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이 적기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고, 패권을 이양 받을 나라를 뚜렷이 지목하기 힘든 때다. 이때가 SDR과 같은 국제적 통화를 기축통화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3월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웹사이트를 통해 달러를 SDR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이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주장이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가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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