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인수 안하면 자를 것"...폴슨·버냉키 '협박'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4.24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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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회장 "메릴 부실 침묵 요구 받았다"-뉴욕 검찰 보고서

헨리 폴슨 전 미 재무부 장관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경영진에게 메릴린치를 인수하지 않을 경우 자리에서 쫓아내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슨 전 장관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요청에 따라 이같은 압박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은 23일(현지시간) 폴슨 전 재무장관이 메릴 린치 합병 협상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12월 21일 케네스 루이스 BoA 회장에게 메릴 린치를 인수하지 않을 경우 루이스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이사진을 퇴진시킬 것이라고 협박(threat)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쿠오모 총장은 이날 BoA의 메릴 린치 인수 과정과 메릴 린치 직원들에 대한 거액 보너스 지급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담은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와 감독당국에 전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폴슨 전 장관은 BoA가 메릴 린치를 인수하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의 연쇄 붕괴를 의미하는 구조적 위험(systemic risk)이 일어날 것이라고 루이스 회장에게 말했다.



루이스 회장은 지난해 12월초 이후 메릴린치의 부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폴슨 전 장관에게 합병 합의 이후 계약을 취소할수 있는 단서조항을 집어 넣어줄 것을 12월 17일 요구했다. 폴슨 장관의 '협박'은 이같은 요구에 대한 반응이었다.

폴슨 전 장관은 버냉키 의장의 요청에 따라 이같은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쿠오모 총장은 "폴슨 장관의 협박이 루이스 회장으로 하여금 계약 취소조항 주장을 철회하고 합병에 최종 합의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루이스 회장은 검찰 진술에서 폴슨장관이 메릴 린치의 상황에 대해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루이스 회장은 지난1월1일 완료된 합병 과정에서 메릴린치의 부실을 은폐했으며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했다는 이유로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M&A 직후 메릴린치는 작년 4분기 손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158억40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고, 정부는 200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추가로 BoA에 지원했다. BoA가 정부로 부터 받은 구제자금은 총 450억달러에 달한다.

BoA는 쿠오모 총장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메릴 린치 인수과정은 적법하고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폴슨 장관측은 루이스 회장에게 한 발언은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연준 역시 BoA에 대해 어떠한 압력도 가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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