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네르바 판결이 남긴 숙제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9.04.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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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네르바 판결이 남긴 숙제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해 사실관계를 오인했고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배척해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

지난 20일 법원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한 검찰의 반박이다.

검찰은 "(재판부가)어떤 부분은 외환시장에 영향이 없었다고 했다가 어디는 일부 인정된다고 하고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유영현 판사는 "법리적으로 판단했을 뿐 외부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판사가 재판하는데 누구도 간섭해선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사 초기부터 '과잉·표적수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정쟁의 재물이 됐던 미네르바 사건은 일단락된 뒤에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검찰은 미네르바의 행위를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그를 법의 심판대에 올렸지만 법원은 검찰의 공소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무게를 둔 판결을 내렸다.

결국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한 꼴이 됐고, 검찰 수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시대가 많이 변했는데 1990년대에 만들어진 법으로 미네르바를 기소한 것도 무리였고 정부의 외환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계량적 입증자료도 없이 섣불리 인터넷 논객에게 전가한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법원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법원과 검찰의 공방처럼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기준을 세우고 허위사실 유포 등 인터넷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 검찰과 법원,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둘러싼 소모적인 법리 논쟁과 '당리당략'을 앞세운 다툼을 중단하고 지혜를 모아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네티즌들도 법원의 이번 판결을 사실이든, 허위든 간에 개인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존중돼야 한다는 의미로 오인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표현의 자유까지 인정한 것처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 인터넷 실명제, 전기통신기본법 개정안 등과 함께 좀 더 포괄적이고 완비된 인터넷 법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제2, 3의 미네르바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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