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3%' 전망이 장밋빛?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4.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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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재정부·한국은행 전망 달라…'세계경기'와 '기업체감' 차이

'-13%', '-16%', '-20%'.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각기 다른 수출 전망을 내놨다. 최근까지의 세계 경기 침체 속도를 보자면 큰 폭의 수출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경기 침체가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고 판단하는 곳이 많아 기관별 전망이 최대 7%포인트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1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회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13.5% 감소한 3650억달러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1% 증가 전망을 대폭 수정했다.



지경부의 전망은 다른 기관의 전망에 비하면 '장밋빛'에 가깝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회에 추가경정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16.0% 감소한 3545억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올해 경제 전망 수정치를 내놓으면서 수출을 20.6% 감소한 3350억달러로 내다봤다.

기관별로 이같은 차이가 나는 것은 전망을 위한 근거 자료가 다르기 때문.



우선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지경부는 업계의 체감 경기를 가장 중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세계 교역량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어 경쟁국에 비해 수출 감소율이 크게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선박과 휴대폰, 반도체, 액정디스플레이(LCD) 등의 업종에서 수출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올해 국내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존 2%대에서 3%대로 늘려 세계 10대 수출강국으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지경부의 '현장 기반형' 전망에 대해 다른 기관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2개월, 또는 한개 분기 정도는 업계의 분위기로 수출을 전망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1년 이상 중·장기 전망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작년 국제 교역이 물량 기준으로 올해 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유가 하락으로 국내 석유제품 수출 단가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돼 수출 감소율이 클 것으로 봤다.



또 한은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환율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상승이 수출가격에 끼치는 영향은 외환위기 전에 비해 30% 감소했다.

재정부 역시 "세계경제 침체 등 대외여건이 악화돼 국내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수출 호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관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전망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최근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예측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며 "다만 올해 수출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말했다.



전망의 적중도는 세계 각국이 내놓고 있는 경기 활성화 대책이 얼마나 효과적이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관건이다.

노성호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중국으로의 기계·설비 수출이 원상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금융위기도 진정될 기미를 보여 감소율이 이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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