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임신 증시, 1400 순산할까"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대표 2009.04.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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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금융주가 시세내면 새로운 희망을 가질수 있다"

"유동성 임신 증시, 1400 순산할까"


작년 9월은 정말 험악한 분위기였다. 주식시장도 망가지고 외환시장도 무너지고. 다만 금리는 좋았다.

통상 회사 자금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나누어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 이중 일부를 6개월짜리 정기예금에 맡겼다. 금리는 7%대. 괜찮은 이자율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4월에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그 4월이 돌아왔다. 매서운 칼바람은 어느새 사라지고 여의도엔 꽃도 피고 신록도 아름답다. 어차피 안전자산 쪽에 할당된 자금이라 다시 예금에 가입하려고 했다. 근데 이자율이 3%란다. 세금을 떼면 금리는 2%대. 이 이자 받고 돈을 맡기겠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아마도 우리나라에 많은 국민들이 이런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것을 시장이 유동성이라는 자식을 임신한 것으로 본다.)

한때 극도의 불안감으로 이자도 필요없고 안전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시장에 팽배해 있었다. 그러던 것이 하이닉스 유상증자, 코오롱BW, 기아차BW를 거치면서 청약경쟁률이 점점 높아져 갔다. 채권시장에서도 A등급의 회사채만 소화되다가 최근에는 BBB, BB등급의 회사채도 소화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서서히 안전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리스크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심지어 유상증자나 BW발행이 기존의 주식가치를 희석시키는 악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오히려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개별종목들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면, 시장은 이제 패닉에서 벗어나 다시 탐욕의 시대로 접어드는 듯 하다. (우리는 이것을 리스크선호도의 증가라고 부른다.)

그러면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인가? 경제는 이제 회복의 길목에 접어든 것인가? 과연? 냉정하게 본다면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왜냐하면 최근 지표의 개선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를 상대로 장사하는 판매상 내지는 유통상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지난 몇 년간의 호황에 힘입어 적정재고 수준을 과거의 50수준에서 100수준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물건도 잘 팔렸고, 제품가격들이 눈만 뜨면 올라가니 싼 값에 재고를 많이 확보해 두고 있으면 그냥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소비는 급감하고 경제는 파탄에 빠졌다. 온통 암울한 이야기만 쏟아져 나온다. 그러자 이들은 어떻게 하였을까? 제품 구매를 중단하고 일단 있는 재고소진에만 매달렸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격할인 등을 통해 재고들을 극단적으로 줄여 나갔다. 그러다보니 100이던 재고가 이젠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장사를 하려면 기본 재고는 있어야지 생각하고 다시 재고를 쌓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업체나 유통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러면 이들이 재고를 얼마까지 다시 쌓을까요? 아마 다시 100까지 쌓지는 않을 것이다. 30에서 40정도? (우리는 이것을 restoking 과정으로 본다.)

그럼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위의 세가지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 먼저 기업의 실적을 두고 보면 작년 4분기가 최악일 가능성이 크고 빠른 기업은 1분기부터 느린 기업은 2분기부터 최악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호황기 때 실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가는 상승세를 나타내지만 그 상승폭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 살아나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선호도 증가를 대입시키면, 그 상승세는 좀 더 강할 수 있고, 하락하더라도 하락세는 제한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에 기관들이나 개인투자자, PB들을 만나보면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주식시장에 투자하겠다는 대기자금들이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임신한 산모다. 이 산모가 유동성을 순산하느냐 사산하느냐에 따라 시장의큰 방향성이 달려있다. 유동성을 순산하게 되면 유동성 장세가 연출이 되면서 시세가 생각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동성을 사산하게 되면 시장은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서 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다. 그리고, 유동성장세의 중심에는 금융주가 있다. 금융주가 오르지 않으면 1400포인트의 돌파는 어려울 것이다. 박스권 장세가 연출될 것이다. 하지만, 금융주가 시세를 내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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