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 물가 하락은 "굿 사인"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4.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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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공포는 과장…"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반세기만인 1955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D) 공포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는 호들갑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회복의 징후를 반영해 원유 등 상품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미국의 물가 하락 소식은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란게 대체적인 평가다.



◇ FT "美 물가 하락은 호재"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렉스 칼럼을 통해 "마침내 좋은 소식(Good news)이 왔다"(Good news at last!)고 언급하며 반세기만의 물가 하락이 경제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CPI는 전년동기대비 0.4% 하락했다. CPI는 전월대비로도 0.1% 내렸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일단 큰 시름을 덜게됐다.

물가 하락에는 원유 가격 하락이 크게 반영됐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CPI가 전년동기대비 1.8% 상승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핵심 CPI는 전월대비로는 0.2% 올랐다. 핵심 CPI가 전월대비 오름세를 나타낸 것은 담배 가격이 지난달 11% 상승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물가가 횡보 수준을 거듭 나타낸 것을 회상하며 경제가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음식, 주택, 의류, 교통비 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건강보험,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의 가격 결정력이 예전같이 않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악몽이 미국에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 현 시점에선 인플레 더 걱정해야

그러나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다지 크지 않다. 핵심 CPI가 소폭 상승세를 이어간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정부가 실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의 본원통화는 1조7000억달러로 급증해 이전에 비해 배로 늘어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제가 회복되는 신호가 나타나면 금리를 인상하고 빠르게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을 경우 경제에 큰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경제 상황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전날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낮게 유지되는 것이 경제에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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