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여행사 는다… 구조조정 '회오리'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9.04.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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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등 '빅4'의 입지는 강화될 전망

모 그룹 계열의 C여행사는 지난달 초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지난해 자본금(80억원)의 70%를 까먹을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데 따른 문책성 인사였다. C여행사는 대표이사 교체 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여행사 관계자는 12일 "지난해까지 중점을 뒀던 패키지 및 자유여행 영업을 축소하는 대신 항공권과 비즈니스 여행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며 "그러나 경기침체와 여행수요 감소로 실적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계열사들도 업무 출장을 줄이고 있어 C여행사의 경영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 못하고 C여행사가 영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번지는 실정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국외여행 업체 수는 5101개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서만 200여 곳의 국외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국내여행 업체수도 2월 말 기준 9322개로 지난해 12월 말 이후 430여 개 사가 폐업했다.



자본금이 3억5000만원 이상으로 일정한 규모를 갖춘 일반여행사들도 문 닫는 곳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말 현재 일반여행사수는 703개로 올들어 이미 100여개사가 여행업계를 떠났다.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 이후 폐업신고를 하는 여행사들이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심원섭 애널리스트는 "극소수의 매출액 상위 여행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형 여행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업체 스스로 폐업 신고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는 대한항공이 여행사에게 지급하던 항공수수료(항공료의 7%)를 폐지할 예정이어서 중소형 여행사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여행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인력 감축을 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가 누적되는 여행사들은 결국 하반기 이후 폐업신고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 닫는 중소형 여행사들이 늘어나며 여행업계에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자유투어 등 이른바 '빅4' 여행사들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업계 구조조정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빅4 여행사들에 고객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 시장점유율은 14%, 2위 모두투어 점유율은 7% 정도로 여행사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행사가 줄면 줄수록 상위권 여행사 점유율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도 불구, 수개월째 이익을 내지 못하는 여행사들이 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올해 최대성수기인 7∼8월 예약현황이 드러나는 5월말 이후 문 닫는 여행사가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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