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최악..."바닥 멀었다 vs 동트기 전"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4.0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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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도 66만명 실직, 실업률 8.5% 26년래 최고.."막바지"분석 확산

일부 경기지표의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대란'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고용지표가 지난달에도 '최악'행진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바닥 탈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침체의 막바지에 고용악화가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증거라는 낙관론도 동시에 힘을 얻고 있다.

◇ 4개월 연속 매달 65만명 이상 실업..비정규직도 급증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에서 66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어, 전월(65만1000명) 대비 신규실업이 1만2000명 늘었다. 신규 실업자는 4개월 연속 65만명을 웃돌고 있어 실업이 소비지출을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지연시킬 것이란 우려를 재확인시켰다.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미국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는 510만명으로 늘어,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고용위기를 나타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2%가 이번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최근 6개월간 신규 실업자는 370만명에 달해 고용악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임시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수도 지난달 42만3000명이 늘어 900만명에 달했다. 경기침체이후 신규 비자발적 임시직 근로자 수는 440만명이 증가했다.

3월 실업률은 8.5%로 전달의 8.1%에서 0.4%포인트 올랐다. 1983년 이후 최악의 실업률이다. 이날 발표된 실업률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비농업부문 고용자 감소 규모는 시장전망치(66만명)를 소폭 웃돌았다.

◇ 대기업 해고 지속.."실업률 10% 넘어설 것"


사라지는 일자리, 얇아지는 근로자들의 지갑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감세와 재정지출로 달성하겠다고 외친 '350만 일자리 창출' 계획이 아직은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IBM을 비롯해 다나홀딩스, 존슨 콘트롤 등 제조업,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감원이 진행되고 있어 실업률 악화는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의 실업률이 최악의 경우 10%를 돌파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모간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그린로 역시 "실업률은 앞으로도 몇달간 급속히 증가, 하반기에는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경기침체가 끝나려면 여전히 멀었다"고 단언했다.

◇ 과거 침체 탈출 직전 고용 최악...낙관론

하지만 통상 고용지표가 경기침체의 막바지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 미쓰비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럽키는 1991년과 2001년의 경우도 경기침체 종료 직전 두달 동안의 고용감소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FAO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러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통상 경기침체가 끝나기 8주전 정점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석에 따르면 경기침체는 '기술적'으로는 이달 혹은 다음달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DMJ 어드바이저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존스는 고용시장의 바닥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에 달하는 시기와 일치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4분기 -6.3%를 기록했던 GDP성장률은 1분기에는 -6.8%까지 떨어진뒤 2분기부터 하락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 신용경색 회복→ 기업 해고 감소 기대...지표 호전과도 일치

컨퍼런스보드의 이코노미스트 켄 골드스타인은 "기업들은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인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자금 확보를 위해 고용을 줄이고 있다"며 신용경색이 점차 완화되면서 고용악화 추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분기가 끝나는 6월에는 월간 고용감소 규모가 20만명선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했다.

신용경색으로 인해 고용악화가 가속화됐던만큼 고용회복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업률 역시 연말이 아니라 수개월내에 정점을 치고 내려갈 것이라는게 낙관론자들의 분석이다.



고용 개선 기대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지표 호전 추세와도 일치한다.
무엇보다 소비 및 주택관련 지표에서 최근 몇개월새 개선 신호가 잦아지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3월 자동차판매 실적의 경우도 여전히 '최악'수준이었지만 감소율은 전달에 비해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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