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싸움만 요란한 4월 재보선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04.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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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가 분주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인 선거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이맘 때면 으레 여야간에 맹공을 퍼부으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애쓰기 마련.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집안 내부에서 나오는 소리만 요란하다.

당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내세웠던 '경제살리기 선거'나 'MB정권 중간심판'의 선거구도는 일찌감치 퇴색된 모습이다. 오히려 당 내부의 계파갈등과 세 대결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당 대 당' 승부라기보다 '집안싸움'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여론의 관심도 양당 대결의 승부처인 수도권 지역(인천 부평을)보다 각당의 '텃밭'인 경북 경주, 전주 덕진에 쏠리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와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당 출신 후보간에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여야간의 정책 차이나 국정운영 평가가 선거에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는 반쪽 선거에 가까워진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주는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의 전형적인 대리전이 벌어지는 지역이다. 이미 당 공천을 받은 정종복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이다. 반면 '사퇴종용설'을 제기하며 당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정수성 예비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인연이 깊다.



당을 이끌고 있는 친이계로서는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사퇴종용설'로 인해 박 전 대표로부터 "우리 정치의 수치"라는 말을 듣게 됐다. 경주 지역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지만 정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박 전 대표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예측이 어려운 팽팽한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집안싸움은 민주당이 오히려 더 치열하다. 당 존립을 좌우할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신주류의 수장인 정세균 대표와 비주류의 구심점인 정동영 전 장관의 한치 양보없는 대결은 본선보다 더 중요한 '사전 선거'다.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지역 출마 선언 이후 전략공천지역 결정, 양자 회동, 중진의원들의 중재 등 숨가쁘게 상황이 진행되고 있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당으로서는 최악의 경우인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가 이뤄질 경우 분당에 버금가는 내홍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두 수장의 대결이 다른 이슈를 압도하다보니 'MB정권 중간심판' 같은 큰 그림이 잘 설명될 리가 없다. 오히려 양측의 입장과 전략에만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전주 완산갑에서는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무소속 출마가 가능성이 상존해 자칫하면 텃밭에서 온통 집안싸움만 벌일 판이다. 이런 탓에 결론이 어떻게 나든 당에는 상처밖에 남을 것이 없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진영의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김창현 후보를 앞세운 민노당과 조승수 후보를 앞세운 진보신당은 양당 대표들간의 담판을 통해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김태선 당대표비서실 차장을 독자 후보로 내면서 '반한나라당 연대'도 흔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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