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이유는…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2009.03.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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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톡톡] 아이는 이야기를 먹고 위대한 사람으로 큰다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이유는…


우리는 어려서는 엄마가 주는 대로 먹습니다. 우유든 모유든 선택권이 없죠. 그러다가 유치원 급식도 먹고 친구네 음식도 먹게 되면 엄마 반찬을 비교하게 됩니다.

더 커서 용돈 받고 외식을 하면 아이의 반찬클레임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엄마건 맛없어", "고기반찬 없어?" 황당해서 남편한테 SOS눈빛을 보내도 믿었던 남편마저 '쌤통이다'할 뿐.



엄마와 반찬을 각각 축으로 하면 4가지 경우가 나오겠죠. 좋은 엄마고 반찬도 잘 만드는 엄마, 좋은 엄만데 반찬솜씨는 꽝인 엄마, 무성의한 엄만데 반찬은 잘 만드는 엄마, 무성의한데다 솜씨도 없는 엄마.

감 잡았겠지만 여기 엄마는 기업, 반찬은 브랜드나 서비스입니다. 철학 좋고 브랜드 훌륭한 일류기업에서 기업철학 별로고 브랜드도 별론데 저가와 영업으로만 달리는 회사까지 다양하죠.



당신이 엄마라면 아이 클레임에 어떻게 하겠습니까? "엄마 바쁜 거 몰라?", "얘가 엄마 정성도 모르고"하면 하수엄마고 "주는 대로 먹어"하면 최악. 아이는 이별을 준비합니다.

◇문화와 이야기는 훌륭한 상품

구례 운조루란 고택에는 유명한 뒤주가 하나 있는데 그 뒤주에는 이런 글귀가 있답니다. '他人能解(타인도 능히 열수 있다)'


어려운 사람은 이 집에서 자유롭게 쌀을 퍼갈 수 있었고 그래서 그 고택은 민란과 빨치산 때에도 불태워지지 않게 마을사람들이 지켰답니다. 고택, 종갓집, 이름난 집에는 이렇게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야기로 성공한 사례들 많습니다. 욕쟁이 할머니 집 음식 맛있다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맛 보다는 할머니 마케팅입니다. 해충방제회사 세스코의 게시판 댓글은 고객들 사이에 아주 인기인데 기술 얘기 없이도 호텔, 식당 방제 점유율이 90%가 넘습니다.

'필드의 법칙' 대표사례인 다시다는 '고향의 맛'으로 신세대 주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선농단에서 유래한 설렁탕, 할아버지 종아리를 때리는 백세 먹은 아이 이야기를 담은 백세주, 할리데이비슨의 HOG마케팅, 커뮤니티 트레이드로 유명한 더바디샵의 창업자 아니타 로딕 이야기들.

'내 전처들의 비밀요리'란 탁월한 이름을 지은 그녀는 무용을 전공하다가 외식업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녀 어머니는 전을 부쳐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산에서 따온 예쁜 꽃잎을 올린 화전을 부쳐 주었고 어머니의 화전은 딸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고객들 반찬투정에 속상하고, R&D만 애타게 쳐다보십니까? 현대의 신화, 삼성의 AS 감동마케팅이 R&D에서 나왔나요? 위대한 기업은 실패와 시련, 도전의 이야기가 구석구석 넘치는 기업이랍니다.

고 정주영회장이 맨주먹으로 영국에서 파이낸싱한 스토리는 드라마입니다. 거기서 돌파력,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같은 현대스타일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삶과 가정, 회사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나요?

"나가서 사먹자", "영양가만 있으면 되지", 그러면 그 엄마에게는 전통과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아이들이 기억할 거리가 없습니다.

집도 기업이고 이야기가 없는 기업은 하류기업입니다. 육일약국 스토리, 풀무원 원회장님, 유한양행 창업자의 유언장 이야기... 성공한 기업에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이는 반찬만 원하는 건 아닙니다. "시골 할머니 콩밭에 '내손자 줄 콩'이라고 붙인 팻말 봤지? 이거 그 콩으로 만든 청국장이야", "몬드리안에서 착안해서 만든 몬드리안 비빔밥인데 어때?"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아이는 이야기를 먹으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큽니다. '비비디바비디부'로 크는 게 아닙니다.

스티브잡스가 위대한 것은 아이팟의 성공 때문만은 아닙니다. 애플을 창업했다가 이사회에서 쫓겨났지만 그 배신에 굴하지 않고 픽사를 인수해서 3D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경영난에 시달리던 애플의 간절한 요청으로 왕의 귀환을 한 그의 라이온 킹 인생스토리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거죠.

그래서 그는 창의영웅을 넘어 감성영웅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어려울 때 알아보고 이야기는 어려울 때 만들어집니다.

반찬에 엄마의 이야기를 담아보세요. 그 이야기 끝에 성공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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