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식 자본주의는 대안이 아니다- FT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3.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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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경제 치명적 약점 내포, 장기적 서구 자본주의 승리"

"서구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아시아 경제가 갖고 있는 단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금융 위기가 서구식 자본주의의 실패 때문이라는 비판론이 일면서 아시아식 경제 모델이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각국들은 위기해법으로 아시아식 모델인 정부 역할 확대에 나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자본주의의 미래' 기획 기사에서 "아시아 경제 모델이 서구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모순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구사회는 10년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하자 아시아 특유의 자본주의를 계급사회와 유교가치가 반영된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일컬었다. 칭찬보다는 비판적 의미가 강하다.

서구는 아시아 기업들이 주주 비판을 가로막는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또 정부가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정도로 깊숙이 감독하고 있으며, 해외 의존도도 지나치게 크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서구식 자본주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자 입장은 뒤바뀌었다. 아시아 각국들은 이제 서구 자본주의를 '카지노 자본주의'(Casino capitalism)라고 부르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경제 우월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과 중국은 최대 미 국채 보유자들로 금융위기에 빠져있는 미국에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낮은 저축률과 지나친 소비로 대변되는 서구 자본주의 발전 모델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서구 은행들의 원칙 결여와 눈먼 수익성 추구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인도 야당 바라티야 자나타당의 프라카시 자바데카 대변인 역시 "미국 자본주의의 지나친 방임과 탐욕이 위기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미스터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관은 "전세계 경제는 과거 소비 패턴으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위기가 종료되더라도 미국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선언했다.



키쇼르 마부바니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아시아 국가들은 자유 시장에 대한 신뢰 등 서구 자본주의의 미덕에다 아시아 위기를 겪으면서 △ 지나치게 빨리 금융 부문을 자유화하지 말고 △ 대출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 저축은 늘리고 △ 생산성에 투자하고 △ 교육을 중요시하라는 등의 새로운 교훈을 더했다고 밝혔다.

마부바니 학장은 "미국 등 서구 사회는 금융에 집중한 반면 아시아 각국은 실물 경제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 역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저축률이 높은 것은 사회 보장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저축률은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고, 주주들의 견제를 받지 않은 기업들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FT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모델이 다음과 같은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번째 단점은 서구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타격은 심각하다. 일본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둘째, 정부 주도 경제도 문제다. 일본 금융 시스템은 서구보다도 정부 지침과 감독을 잘 받고 있었음에도 미국과 유사한 자산 거품 붕괴를 겪었다.



중국 정부 역시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중국은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을때도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에 나섰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소비 심리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에버 연구원은 "중국은 잘 대처해왔다고 여기고 있지만 정부 규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중국은 여전히 19세기식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후진적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 인도와 같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위기에서 최악을 면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 완전히 편입되지 못한 가난한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지나친 해외 투자 규제와 국내 금융 산업의 지나친 보호는 외부 위기를 막아 줄지는 몰라도 경제에는 좋지 않다.



최근 미국 정부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업 국영화 등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아시아 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유럽 각국도 정부 역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구 자본주의가 아시아식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FT는 아시아 경제 모델이 지닌 내부적 문제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는 서구 자본주의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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