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더이상 달러 헤지투자 대상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3.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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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달러, 수십년에 걸친 디커플링 깨고 같은 방향으로 전환

지난 수십년간 금과 달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금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투자되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그리고 달러 가치에 대한 헤지 투자 대상이었다.

이에 비해 달러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가치 하락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기피 대상이 된다. 반대로 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금값이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이 오르는 역관계가 나타났다.

그러나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들어 이러한 관계가 더 이상 성립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투자자 금, 달러 집중 매입

전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침체가 극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은 동시에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금과 달러의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극도로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비해 금융 자산 대신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와 동시에 전세계 중앙은행들과 금융기업들의 기축통화로 사용되고 있는 달러 매입도 적극 나섰다. 투자자들이 달러 매입에 대거 나선 것은 미국 이외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과 달러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들도 헷갈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경제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금과 달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들어 금값은 5% 상승했다. 달러가치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8% 올랐다. 지난해 금값이 4% 하락한 반면 달러가 3% 오른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뱅크오브도쿄미쓰비시UFJ에 따르면 금과 달러의 상관관계는 2006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0.81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관관계는 양수로 전환하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음 보여줬다.

리처드 번스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금과 달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기존 경제 이론을 뒤엎는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이론들이 지속적으로 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스 올센 JP모간 프라이빗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금과 달러가 떨어질 것이란 오래된 관습에 얽매일 필요 없다"면서 "연결 관계가 나타나는 시기가 있고 자산별로 다른 이유로 각각 다르게 거래되면서 관계가 사라지는 시기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금, 더 이상 달러 반대 투자 도구 아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이 더 이상 단순하게 달러 가치에 대한 반대 투자 도구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이 달러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화폐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가치 보존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이 오직 달러에 대한 헤지 투자 대상이라기보다 모든 국가들의 화폐에 대한 헤지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앨런 러스킨 RBS그린위치 캐피털 투자전략가는 "금값은 그 어떤 통화 가치에 대해서도 오르고 있다"면서 "이는 종이 화폐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각국 정부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대규모 경기부양책들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금값이 다시 하락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여러 국가의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낮아졌고, 각국 정부들은 대규모 자금을 경제 회복을 위해 투입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금융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가 다시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은 금과 달러에서 빠져나와 다른 화폐나 원유 등으로 다시 몰릴 가능성도 크다. 최근 증시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 금-달러 동반 강세 지속 전망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온스당 929.80달러 수준으로 다시 낮아졌다. 달러/유로 환율은 1.2639달러까지 낮아진 후 1.2915달러로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는 달러와 금이 앞으로도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OA와 메릴린치는 올 연말 달러/유로 환율 전망치로 1.18달러를 제시했다.

번스타인은 "다른 국가들의 경제 지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BOA는 금값이 올해 평균 온스당 1000달러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1050달러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3년래 1500달러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번스타인은 "만약 당신이 미국 이외 투자자라면 해당 국가 화폐는 당분간 평가 절하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 경우 화폐에 대한 헤지투자로 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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