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는 왜, AIG만 보면 화가 날까?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9.03.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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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보기]공습경보에서 경계경보로<2>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버냉키는 왜, AIG만 보면 화가 날까?


작년 9월 리먼이 부도가 났을 때에 필자는 이제 남은 문제는 카드사나 혹은 AIG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필자가 당시에 AIG를 거론했었던 것은 그만큼 CDS 문제가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지금도 AIG는 GM의 부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버냉키가 AIG만 보면 화가 난다고 표현을 했었던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AIG를 살리자니 천문학적인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갈 것 같고 그렇다고 죽이자니 미국과 유럽의 15대 거대 은행들...이를테면 골드만삭스나 BOA 등은 물론이고 HSBC나 도이체방크, 소시에떼제네럴 등이 직접적으로 위험에 노출 될 수도 있다

즉, 이들 대형은행들이 AIG로부터 CDS를 사들였기 때문에 만약 AIG를 부도를 내 버린다면 이로 인해 AIG로부터 그 CDS의 만기시에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게 되어 연쇄적인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금융시스템은 완전히 신뢰를 읽게 되고 붕괴 직전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현재 시장에서 CDS 문제는 시장의 운명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다.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왜 지금까지 해결을 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계약의 익명성 때문이었다.

헤지를 위한 계약은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이 때문에 CDS와 연관된 부실은 노출되지도 않은 채 세상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계약에 대한 전매가 자유이기 때문에 이 시한폭탄은 무서운 속도로 세상에 퍼져나갔다.


즉 계약을 좋은 가격에 체결하고 그 계약을 또다시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계약은 1급 전염병처럼 세상에 끝까지 소리 없이 펼쳐져 있는 상황이고 현재는 누가 얼마만큼의 CDS 계약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 파악할 수가 없을 정도로 세상은 심각하고도 치유가 어려운 질병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그럼 자연 치유가 될 수는 없을까?



물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보통 파생상품의 만기는 주식처럼 만기가 없는 경우 일정한 만기일이 지정된다.

하지만 채권과 같이 만기가 있는 상품의 경우 그 기초자산이 되는 채권의 만기와 동일한 경우가 많다. .(물론 CDS는 주로 5년 동안 보증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지만...) 그렇다면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얽혀 있는 실타래가 완전히 풀리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금융위기가 쉽게 풀릴 수 없다는 이유가 되어 왔었다.

CDS와 관련된 위기 상황을 좀 더 알기 쉽게 예를 들어보면...



지금 잠복기가 길어 전혀 외형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에이즈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누가 과연 함부로 타인과 접촉이나 할 수 있겠는가? 겉으로는 아무런 징후가 없지만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는 질병에 대부분의 인류가 걸려 있다면 아마도 세상은 일반적인 접촉조차 두려워해서 시내는 썰렁해질 것이다. 백화점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는 사라져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은행들은 누가 얼마만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누구를 믿고 대출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아무리 중앙은행에서 돈을 풀어도 쉽게 대출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재의 금융경색이 잘 풀리지 않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CDS의 거래 잔액이 941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그런 이유로 이런 위험을 한 자리에서 통제하고 소위 “카운터파티 리스크(거래 상대방위험)”를 완전히 제로로 만들 수 있는 CDS 정산소가 설립되어야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을 했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주 월요일(9일) 미국 애틀랜타의 온라인 거래소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 에서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ICE US Trust" 를 만들었다고 공표했다.



현재 서로 믿음을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가 얼마만큼의 CDS 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몰라서, 즉 부도 위험에 대한 측정 자체가 불가능해서인데 CDS 정산소를 통해서 이에 대한 투명성이 일부라도 보장된다면 시장은 상당한 신뢰를 다시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만하면 은행 몇 개가 아닌 전체 업종 지수가 45%나 오른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책적 불확실성의 해소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처음에는 영국의 파운드화를 그대로 가져다가 미국 전역에 유통을 했었다. 그 결과 미국은 엄청난 세뇨리지를 영국에게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미국의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가공할 부채의 자가 생산 시스템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통해 화폐의 독립을 쟁취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 미국은 1775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영국의 조지 3세는 미국이 독립적인 화폐를 발행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의 압력을 행사했었다.



한 나라의 화폐 발행권은 8년간의 전쟁을 통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토마스 제퍼슨은 화폐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융기관은 군대보다도 위험하다. 국민이 사설은행에 통화 발행권을 넘겨주면 은행과 금융기관은 이 나라의 자녀들이 거지가 될 때까지 그들의 재산을 거덜 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결국 엄청난 희생을 통한 화폐 전쟁을 통해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이후에도 앤드류 잭슨이나 에이브러험 링컨. 존 F 케네디 등과 미 의회의 숱한 정치인들이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외로운 싸움을 지속 했었지만 결국 미국은 화폐 발행권을 미국 고유의 권한으로 두지는 못했다.

주중에 거론한 적이 있듯이 지금 달러에 대한 화폐 발행권은 FRB라고 하는 베일에 싸인 기관이 가지고 있으며 이 FRB에 대한 지분은 세계 각국의 주요한 은행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

사실 이 위기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리만브라더스 역시 FRB의 주요 주주였다. 제정 러시아 시대를 붕괴 시켰었던 볼세비키 혁명이 끝나고 1917년에 재정 러시아를 대체할 새로운 임시정부가 결성되는데 무려 2000만 달러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쿤뢰브 은행도 FRB의 주주라고 알려져 있다.



석유재벌 록펠러가문의 JP모건체이스 은행도 FRB의 주요 주주인데 얼마전 JP모건 체이스의 회장이 모 언론에 나와서 이번 위기를 끝내기 위해서 FRB에게 무한대의 권력을 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마도 그들이 FRB의 주요 주주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워털루 전쟁에서 한 몫을 잡고 세계 금융시장의 대부분을 석권한 로스차일드가문의 투자은행으로 알려진 골드만삭스은행이나 런던과 베를린의 로스차일드은행, 그리고 파리의 라자르 브라더스은행, 이탈리아의 이스라엘모세시프 은행, 그리고... FRB 창립위원장을 역임한 폴 워벅 가문의 바르부르크 은행 등이 FRB의 주요 주주로 알려져 있다.

즉, 다행스럽게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주무하는 기관의 대주주는 세계 각국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었고(우리나라의 정부가 빠진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한 나라에 예속되지 않았던 달러화는 지금까지는 비교적 공정하게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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