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스트레스테스트' 신뢰성 있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안정준 기자 2009.03.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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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결과 공개 '상식밖'… 'TCE 4%' 선진국 은행의 2배 높은 수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국내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상식 밖의 발표로, 외신에 이어 신용평가사까지 '한국 때리기'에 가세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피치는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에 따른 대출자산 손실과 유가증권 투자손실로 국내 은행들의 자본손실이 내년 말까지 4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TCE)이 지난해 6월말 6.4%에서 4%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피치는 특히 은행의 건설사 대출에 대한 부실 위험을 강조했다. 피치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건설 붐으로 인해 주택 과잉 공급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건설사에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에게도 주택 버블의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 역시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 수요 감소와 급격한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 이는 결국 은행들의 대출 부실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자본확충펀드 규모(20조원)는 충분하지 못하고 투입방식도 후순위채 등 부채성 자본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이번 테스트에서 지난해 6월 대차대조표를 기준으로 내년 12월31일까지의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 자체에도 문제가 많은 데다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주요 변수와 가정, 미래의 경제상황 변동 등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추정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은행의 대외신인도와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과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고 반박했다.

가정에 따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얼마든지 결과를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TCE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특히 피치의 가정대로 자본손실이 42조원에 달하고 TCE가 4%로 떨어지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TCE 4%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로 환산하면 8.7%로 감독기준을 상회한다.

선진국 은행과 비교하면 그 차이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씨티은행(1.5%)과 BNP(2.1%), 스탠다드 차터드(3.7%) 등 선진국 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도 피치의 이번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만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숨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4%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은행에 비해 자본적정성이 2배 이상 좋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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