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의 함정

더벨 하진수 기자 2009.03.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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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일등공신 선박 무역수지 '장부상 숫자' 불과

이 기사는 03월09일(09: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3월시작과 동시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2월 무역수지가 32억9500만달러 흑자를기록, 2007년 6월 이후 20개월만에 최대 규모의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었다. 지식경제부는 이 소식을 신속히 발표했다.



지경부는 특히 2월 중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4%의 증가세를 나타내며 42억3000만달러의 수출을 기록한 선박부문을 국내 무역수지 흑자 달성의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지난 2007년 이후 선박 무역수지가 국내 무역수지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08년에도 선박 무역수지는 378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반면, 이를 제외한 무역수지는 511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2월 중 선박 수출을 제외할 경우 수출증가율 하락폭은 -17.1%에서 -19.8%로 커진다.



단순히 선박수지가 무역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최근 선박수지 흑자가 현재의 실제 선박수주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현재 선박 수주량은 감소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결국 선박 무역수지 흑자는 일종의 장부상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선박업계의 실제 자금 유입기간과 정부의 무역수지 집계기간 사이의 시차를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일반적으로 수주 계약 체결 이후 대금은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계약시 20%, 18개월째 20%, 26개월 이후부터 인도시까지 60%를 지급한다. 그러나 실제 수출입 통계 작성시에는 인도 시점에 수주 금액 전액을 수출로 집계하기 때문에 집계되는 금액과 실제로 달러가 유입되는 건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도 대부분 조선업체가 수주 당시에 선물환 매도헤지를 통해 이미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조선업체 선물환 매도에 응대했던 은행들도 자체 헤지를 위해 선물환 매수 즉시 달러차입을 통해 현물매도로 헤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는 달러는 더욱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 자금이 국내 은행의 기존 달러 차입금 상환에 직접 이용됨으로써 단기 외화 조달 압박에 대한 부담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그러나 무역수지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신규 선박 수주와 함께 현재 동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컴퓨터,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에서의 달러 유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경부가 무역수지 흑자 소식을 발표했던 지난 2일에도 원화값은 오히려 폭락했다. 과거의 선박 수주에 따른 달러 유입이 언제까지 무역수지 흑자와 외환시장내 수급개선, 환율 안정 등을 담보할 수는 없다. 과거의 조선호황으로 인한 기형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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