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만 없으면 요란하게 일하는 국회 왜?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03.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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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해외로 떠나면.. 국회, 충돌 속 쟁점법안 처리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왼쪽)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본 회의 전 막판 협상을 위한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왼쪽)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본 회의 전 막판 협상을 위한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방문길에 오르면 국회가 일을 몰아서 하는 '기묘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여야간 갈등이 깊은 예산안이나 쟁점법안의 국회 처리 시기와 이 대통령의 해외 방문 기간이 겹치는 것.

지난해 말 여야는 2009년도 예산안 처리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처리 시한을 12월12일로 정해두고도 막판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인 13일 새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안을 다듬었다.



마침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오전 일찍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 회담국인 일본 땅에 발을 디뎠을 무렵 예산안은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 농성 속에서 예결특위와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12일을 처리 시한으로 요구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에게 일본 방문 전 '예산안 선물'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여야 대립이 극심해 예산안 처리가 하루 늦어져 예산안은 이 대통령의 출국 후에나 처리됐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지난 2, 3일에도 재연됐다. 국회는 이틀 동안 무려 140여 건의 법안들을 무더기로 처리했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과 같은 쟁점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숱한 충돌을 일으키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지만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은 2일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순방을 위해 출국, 국내에 '부재중'이었다.

물론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과 국회의 의사일정은 별다른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짜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부재중일 때 국회에서 껄끄러운 일들이 한꺼번에 처리되니 기묘한 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 기간 동안 국회가 물리적 충돌을 벌이고 무더기로 법안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는 냉소적 반응인 셈이다.


이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엔 정부 부처들도 갑작스레 일을 벌인다는 '가설'도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섰던 지난해 4월 중순에는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 재검토, 경기부양용 재정 투입, 연금제도 개혁 등 중요 과제들을 연이어 꺼냈다. 이 때문에 미뤄뒀던 문제들을 정치적 부담이 없는 틈을 타 풀어놓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논란이 되는 문제로 정면으로 비판받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민감한 이슈를 들고 나오기에 적절한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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