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환율 '스트레스 테스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3.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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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은 올 최대매도… 환율상승·1000선 붕괴에 무게둔 듯

국내 금융시장이 환율 '스트레스 테스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에서 씨티그룹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선별적 구제를 놓고 '살생 여부'를 판단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국내 주식시장에도 환율을 매개체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끝갈 곳 모르고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외국인들은 매도세를 강화하면서 증시의 저점을 테스트하고 있다. 여기에 주식시장도 동유럽을 포함한 2차 금융위기 가능성과 GM의 파산위기로 대변되는 실물경기의 악화로 처절한 스트레스 테스트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3월의 첫 거래일인 2일 코스피시장은 지난 주말에 비해 44.22포인트(4.16%) 내린 1018.81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장중 4.91% 급락하며 1010.87을 나타내 1010선도 위협받았다.



시초가를 전 거래일 대비 8원 내린 1542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이 줄기찬 오름세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장마감이 다가오면서 환율 상승폭이 소폭 둔화되면서 지수도 낙폭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내외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원화약세 기조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외채 상환압력으로 원화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2월 상품수지 개선으로 경상수지가 소폭 흑자를 나타내더라도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자본수지를 포함한 전체적인 외화자금 유입 규모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72.9억 달러의 해외 차입금이 상환됐고, 단기외채 상환은 지난해 4분기에도 467억 달러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의 단기 외채는 1130억 달러 규모로 여전히 많다.

따라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는 구조상 원화약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원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들의 매도세 강화로 코스피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관이 주춤거리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행동 반경에 따라 증시의 변동성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4159억원을 순매도했다. 올들어 최대 규모의 매도 우위였다.

외국인이 15거래일째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는 기간 원/달러 환율은 1380원 초반에서 이날 장중 1596원까지 216원 급등했다.



외국인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환차익을 노리기 위한 매수세에 방점을 찍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환율이 오름세를 타기 때문에 이같은 예측을 갖고 사들인 주식을 환손실을 입지 않기 위해 내다팔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증권사들은 환율 스트레스 테스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1000선 붕괴도 염두에 둔 전략을 짤 것을 강조한다.



대신증권과 LIG투자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이 이달 중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종만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스트레스테스트에서 리스크가 크지 않고 상대적인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는 업종이나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유했다.

하락폭이 큰 업종 내 대표주나 3월 결산법인 중 높은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는 기업, 정부정책 관련주 등을 편입하는 전략이 그나마 선전할 것으로 변 연구원은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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