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처리 합의까지 숨가쁜 과정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3.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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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일 신문.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와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이에 따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쟁점법안 15개에 대한 직권상정 예고로 극한 충돌 위기에 몰렸던 국회는 파국을 피하면서 정상화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박희태·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여야는 1일과 2일 이틀간 대표 회담 3차례, 원내대표 회담 2차례 등을 비롯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협상을 진행했다.

여야 협상은 1일 아침 김 의장의 직권상정 의사 표명으로 한나라당의 공세로 진행되다 2일 새벽까지 이어진 김 의장 중재 회담에서 김 의장이 미디어법 처리시점을 못박지 않은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하지만 2일 낮 1시 김 의장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며 전세는 다시 숨 가쁘게 돌아갔다.



긴박했던 이틀간의 여야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3월1일 아침 : 김 의장은 한 언론을 통해 "오늘 밤을 새우더라도 협상해야 하고 만약 안 되면 내일은 직권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여당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야당에 의해 막히기 때문에 이것을 직권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민생·경제법안뿐 아니라 여야간 최대 쟁점인 미디어관련법의 직권상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3월1일 오후 3시 : 한나라당 박희태·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마주앉았다. 여야 대표는 2시간여 협상을 벌였으나 미디어관련법의 처리 시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월1일 저녁 6시 : 여야 대표 2차 협상이 시작됐다. 여야는 1시간 남짓 담판을 벌였지만 역시 절충에 실패했다.



3월1일 저녁 7시 : 김 의장은 여야간 협상을 거듭 촉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밤을 새워서라도 쟁점사항에 대한 타결을 이끌어내 달라"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마지막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3월1일 저녁 8시 : 한나라당 의원 60여명은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의총을 마친 뒤 김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점거농성에 항의하는 민주당 당직자 50여명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이면서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과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오늘 낮 민주당 당직자 등 100여명이 국회 본청 안으로 불법진입한 일이 벌어졌다"며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로텐더홀에 앉게 됐다"고 설명했다.

3월1일 밤 9시 : 여야 대표는 3번째 협상을 벌였다. 회담은 미디어 관련법 처리 시점을 못 박을 것인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40여분만에 끝났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회담 직후 미디어법안과 관련, "김 의장이 직권상정해 주면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지분을 0%로 하는 수정안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3월1일 밤 10시30분 : 김 의장은 한나라당 홍준표·민주당 원혜영·선진과창조의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를 국회의장실로 불러 중재를 시도했다.

회동이 3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여야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이며 쟁점법안 처리 방향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뤘다.

김 의장은 갈등이 적은 저작권법과 디지털전환법 먼저 2월 국회에서 상임위에 상정한 뒤 4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쟁점이 되는 방송법·신문법·IPTV법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꾸려 4개월 동안 논의한 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자는 안을 내놨다.



3월2일 새벽 4시 : 한나라당은 긴급의총에서 김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다.

3월2일 오전 10시 : 한나라당 지도부가 김 의장을 방문, 김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이로 인해 이날 10시로 예정됐던 김 의장과 여야 대표간 회동은 미뤄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직권상정 목록은 이미 전달했다"며 "20개 안쪽"이라고 말했다. 또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소속 의원들에게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오늘 중에 판가름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월2일 오전 11시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로텐더홀 점거농성에 합류했다. 박 전 대표는 "(야당이) 이 정도는 여당안에 협상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을 향해선 "많은 것을 양보했다"며 긍정 평가를 내렸다.

3월2일 오후 1시30분 :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소집, 15개 법안에 대해 이날 오후 3시로 심사기일을 지정하고 직권상정 수순에 들어갔다.

김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한 법안에는 방송법·신문법 등 언론관련법과 금산분리완화관련법,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법, 토공·주공 통합법 등 여야간 이견이 큰 법안이 다수 포함됐다.



3월2일 오후 3시 : 한나라당 홍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미디어 관련법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4개월간 논의한 뒤 '표결처리'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놓고 협의에 착수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논의하는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100일로 줄이겠다고 추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2일 오후 3시40분 : 여야 대표는 신문법·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와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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