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AIG에 '볼모'된 美 정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3.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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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시장 영향력 고려, 연쇄 도미노 효과 막기 위해…분리 추진

한마디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미국 연방정부의 천문학적 자금 지원에도 AIG가 좀처럼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국민들의 대규모 추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AIG는 2일(현지시간) 정부와의 새로운 지원합의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회사 분리를 골자로 한 이 계획에 따라 30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한다. 미 정부는 이미 AIG에 1500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 지분 80%를 기보유하고 있다.
'대마불사' AIG에 '볼모'된 美 정부


AIG는 3번에 걸친 15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생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4분기에만 60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AIG 지원에 나서는 것은 AIG 실패가 금융시장에 미칠 파괴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마련한 4번째 AIG 지원책은 지난 9월 처음 마련한 지원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AIG에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AIG는 자금 지원 대가로 정부에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AIG의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함에 따라 장기 지원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600억달러의 대출에 대한 금리를 낮추고, 400억달러에 달하는 우선주 투자 조건을 완화키로 했다.

미국 정부가 장기 대책을 마련함에 따라 AIG는 향후 수년내 여러개 회사로 분리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AIG는 우선 화재보험 부문 지분 19.9%를 기업공개(IPO)를 통해 매각, 분사키로 했다. AIG와 완전히 독립된 별개 회사로 분리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구조조정을 위해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자금을 통해 최대 300억달러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대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개설한 크레디트라인(대출한도)을 현 600억달러에서 200억~250억달러로 줄인다. AIG는 400억달러 가량을 현금이 아닌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어슈어런스, 아메리칸 라이프 인슈어런스의 주식으로 되갚는다.

이로써 AIG는 혼자서만 7000억달러 규모 TARP 자금으로부터 총 70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AIG는 이미 지난해 11월 TARP에서 400억달러를 지원받는 등 AIG에 대한 지원규모는 이미 15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씨티그룹(50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450억달러) 등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AIG가 파생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AIG의 파산은 전세계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AIG는 28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 시장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이와 함께 AIG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에게 4500억달러에 달하는 증권 보증을 판매했다. 정부 지원으로 일부 보증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그럼에도 3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 부실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크레딧사이츠의 로버트 하인즈 보험 분석가는 "AIG가 파생금융상품 부문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볼 때 AIG의 실패는 미국은 물론 유럽, 전세계적인 파급력을 미친다"면서 "미국 정부는 AIG에 대한 지원 말고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돈 빅크레이 그라디언트 애널리틱스 애널리스트 역시 "AIG의 파산은 전세계 금융기업의 연쇄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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