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버냉키 대결?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9.03.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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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오바마의 출사표<2>버냉키 "은행 국유화는 강탈당하는 것"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오바마와 버냉키 대결?


버냉키가 국유화는 없다고 선언한 다음에 이틀이 채 안된 시점에 국유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좀 더 뒤에 다시 말을 꺼내기로 하고 우선, 우선주에 대해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보자.

우선주...이 친구 아주 묘한 친구다. 마치 박쥐와 같은 놈이다.



우리가 흔히 장부라고 하는 것 중에 하나인 대차대조표에는 기업의 특정시점에서의 자산의 상태와 건전성을 보여준다. 좌변에는 자산이 표시되고 우변에는 채권과 주주지분이 표시된다.

회사에서 발행한 채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자본 비중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보통 부채비율(Dept/Equity Ratio)를 따져서 그 회사의 자산건전성을 구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채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져서 회사의 대외적인 가치에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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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에 타인자본을 끌어 써야할 필요가 생겼을 때에는 채권보다는 우선주의 발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우선주는 그래도 모양새는 주식이지 않은가?


우리는 주식은 자본금이라고 배웠다. 자본금은 자기자본을 말한다. 하지만 우선주 역시 사실 상 타인에게 빌린 돈에 불과하다. 그런데도이자 대신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분류는 주식에 속한다.

주식은 자본금이기 때문에 부채비율 산정 시에 일반적인 채권을 발행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회사가 좋게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건 실질적으로는 명백한 부채라는 것이다. 매 분기마다 일정한 아웃 캐시플로가 생긴다. 그러니까 이게 말만 자본금이지 실질적으로는 부채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PBR을 계산할 때에도 우선주는 빼고 계산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순자산가치에서 우선주는 제외해야만 정확한 PBR이 계산되는 것처럼 우선주는 주로 밸류에이션하는 과정에서는 채권으로 간주되고 있다.

아무튼...국유화라는 것 자체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치환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고 보통주는 의결권이 있다. 이번 보통주 전환은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250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가 일단 3.25달러로 전환된다. 지난 주말 종가가 1.5달러였으니까 두 배 이상을 더 쳐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26%로 낮아지게 된다. 말 그대로 희석되는 것이다. 정부가 보유 중에 있는 나머지 200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는 8%의 배당을 받는 선순위 우선주로 전환된다.



그럼 다시 버냉키로 가보자. 왜 그는 굳이 강한 어조로 국영화는 없다고 했을까?

그리고 왜 단 이틀 만에 씨티가 국영화가 되었을까?

필자는 버냉키의 발언이 나오고 나서 즉각 다음과 같이 논평한 적이 있다.

“국유화가 싫다고 해서 안할 수도 없는 입장이지만 버냉키가 두 번씩이나 힘주어 말했다면 지금 당장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단 이틀 만에 뒤집혔다. 이에 대한 해답을 말하기 전에 과거 필자의 군 생활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보자.

전국 각지에 있는 여러 훈련장을 돌면서 위탁훈련을 받는데 그 중에 한 번은 9사단 유격 훈련장에 간 적이 있었다. 부대원 전체 인원수라고 해봐야 대장까지 쳐서 달랑 40명에 불과했지만 우리들을 몽땅 물에 일단 쳐 넣는다. 그런데 조교는 물에 쳐 넣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저 물의 깊이는 5m 정도입니다. 당연히 빠지면 익사할 수 있고 매년 한 두 명의 사상자가 나옵니다. 물에 빠지기 전에 수영이 가능한 자는 유격대를 외치기 바랍니다. 하지만 수영이 불가능한 자는 맥주병을 외치기 바랍니다. 알겠습니까?”



물에 빠지기 전까지는 줄을 타고 내려가는 시간이 고작 30여초에 불과하다. 그 안에 유격대를 외치는 사람은 크게 한 번 정도 외친다.

그런데 맥주병을 외치는 사람은 그 짧은 순간에 아마도 백 번은 외치나 보다. 누구나 생존에 대한 본능은 강하기 마련이다.

아무튼 맥주병을 외치면서 물에 입수하게 되면 그 사람은 근처에 배를 타고 대기하고 있었던 조교들이 와서 건져준다. 대기하고 있다가 말이다.



미국의 정부는 지금 은행자본들을 일단 물속에 처박아 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일단 옆에 배를 띄우고 맥주병을 먼저 열심히 외치는 은행을 먼저 꺼내준다.

그 외에 은행들은 스스로 헤엄치게 했지만 글쎄..군복에 군화를 입고 스스로 헤엄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헤엄을 치고 발버둥 치다가 지쳐서 기절하면 끄집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필자가 든 예가 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증명을 해보자.

은행들을 그대로 국유화하겠다고 정부가 나섰다면 사우디의 빈탈탈 왕자가 과연 가만히 있겠는가? 씨티에 대한 투자에 음으로 양으로 정부의 묵시적 권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싱가포르 투자청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단 물에 쳐박아 두고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으니 스스로 맥주병을 외치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니까 정부가 국영화를 시킨 것이 아니라 씨티가 먼저 맥주병을 외친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시켜달라고 요청을 한 것은 씨티쪽이었다.

사실 미국 정부는 19개 은행들을 군복을 입혀 유격장으로 내몰았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그것이다.

가장 혹독한 두 가지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그 상황에서 필요한 자본 확충을 하게 했다.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에서 더욱 가혹한 시나리오라니...이것은 19개 은행에게 군복과 군화를 신게 하고 물에 빠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살려 달라고 청하면 살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알아서 해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미국에서 지금 숨겨진 부실자산이 자기 자본보다 작은 회사는 단 한 회사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골드만삭스까지도 말이다.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필요한 자금의 확충에는 달랑 6개월만 허용되었다. 즉, 6개월 안에 무조건 필요한 자본을 확충하라는 것이고 그게 안되면 정부는 강제로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억지로라도 헤엄을 치는 사람은 그냥 해보되 만약 여의치 않으면 강제로 꺼내 올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금융위기를 반드시 타개하겠다는 오바마의 의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강하면 부러질 수도 있기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버냉키가 의회 연설에서 했던 말이 다시 머리 속을 맴돈다.



“국유화는 정부가 은행자본을 강탈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FRB 의장이라는 것은 곧 은행자본의 명목상의 수장이다. 그러니 의회에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형태가 어떻게 되었던 국유화는 강탈이나 다름 없으니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정부에 대한 간접적인 항의의사를 금융자본의 수장으로서 분명하게 밝혔던 것이다. 오죽하면 강탈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그럼 정리해보자. 언제부터인가 버냉키는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필자는 그저 열심히 돈을 찍어내느라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가 나온 연설에서 그는 공인으로서 “강탈” 이라는 말을 썼다. 그런데 정부는 단 이틀이 채 안되는 기점에 씨티의 국영화를 발표했다.

뭔가 핀트가 잘 맞지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거론했다시피 필자가 가장 두려운 것은 미국의 금융자본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아마도 시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딱히 보이는 위험은 없는데 미국의 언론은 끊임없이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 잘 나가는 회사도 언론이 위험하다고 하기 시작하면 곧 부도가 나는 판이다.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았던 동유럽도 지금은 실제로 위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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