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합병 공정위 '산' 넘었다

신혜선 기자, 송정렬 기자 2009.02.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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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건없이 허용'..필수설비 논란은 방통위가 최종판단

KTF와 합병을 추진하는 KT (41,800원 ▲100 +0.24%)가 고개 하나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KT-KTF 합병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 조건없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KT '손'을 들어줬다.

물론 본게임이 남아있다. 방통위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인가조건'이 본격 논의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KT 진영에서 문제삼은 필수설비 관련,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전제를 붙였다. 공정위는 "전주, 관로 등 유선필수설비 문제와 관련해 향후 유선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을 위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한 만큼 KT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제도 개선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됐다.



◇공정위, 실수 되풀이 안한다?

KT-KTF 합병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은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사실상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합상품 판매를 통한 지배력 전이 △유무선 공통비용 부당배분 △KT자금력을 이용한 KTF의 마케팅 경쟁 △유무선 통합 망내할인을 통한 지배력 전이 △유통망 가입자정보 통합을 통한 지배력 전이 5개 항목 모두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선 필수설비 제공 거부를 통한 경쟁사업자 배제' 항목은 방통위 규제 대상이자 사안에 따라 공정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번 합병건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KT-KTF 합병건은 계열사간 합병으로 간이심사 대상에 해당돼 원칙적으로 실질적 심사 없이 허용하는 사안이나 우리나라 통신 산업의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고, 경쟁제한 가능성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어 심도 깊은 심사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업계에서는 2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해 공정위가 겪은 '뼈아픈 경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공정위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간의 인수건을 다루면서 '800Mhz 주파수 로밍 및 주파수 회수, 재배치'를 인가 조건을 달아 '월권'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통부는 공정위의 이런 의견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상 '무조건'으로 인수건을 정리했다.

이후 공정위 내부에서는 '합리적인 행정조치'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엄격하게 말해 방송통신 분야의 규제 기관이 별도로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인가조건은 합리적인 선에서 내려져야 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은 '공정위의 방통위 눈치 보기', 'KT봐주기' 결과라는 비판적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원래 이번 주에는 전원회의가 없었는데, 조속히 처리하는 게 낫다는 위원장 판단에 오늘 전원회의가 급히 소집됐다는 것. 반KT 진영에서는 공정위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경쟁진영 인가조건 목소리 구체화될 듯

공정위의 이번 입장으로 공은 방통위로 넘어가게 됐다. 공정위가 이번 KT-KTF 합병 건을 기업 지배구조를 기준으로 한 '경쟁제한성'은 없다고 봤지만 방통위는 규제산업인 통신 시장 특성에서 경쟁제한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KT 진영 역시 공정위의 결론에 아쉬움을 타나내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인가 조건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핵심 논의로 부각돼있는 '필수설비 중립화 및 분리' 주장은 물론 시내전화 번호이동 및 가입자선로공동활용(LLU) 제도 현실화, 시장점유율 한시 제한, 마케팅 비용 억제 등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그간 사사건건 방송통신 영역으로 규제 권한을 행사하던 공정위가 주요 기업결합건의 인가조건에 대해 방통위에 권한을 공식 표명한 점을 주목한다. 정통부 시절 보였던 규제기관 간 마찰 및 정책 혼란이 방통위 시대에서는 종식될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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