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가붙들기 처방' 시장효과는?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9.02.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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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억 자사주 소각-인건비 5천억 절감...떠난 外人 돌아올까

KT (41,800원 ▲100 +0.24%)가 주가 붙들기에 나섰다. 최근 KT의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KTF 합병의 돌발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하락이 지속되면 주식매수청구권에 들어가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합병KT'의 재정부담이 그만큼 늘게 된다.

이에 이석채 KT 사장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놨다. 이날 밝힌 KT의 주주가치 제고방안은 50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한편 5년간 5000억원 규모의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KT의 이 발표가 있자마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전날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던 KT의 주가는 반등하면서 오후 12시 30분 현재 전날대비 6% 오른 3만79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석채 사장 "합병 반드시 한다"



이석채 사장은 이날 "합병은 반드시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 이 사장은 "세계 증시의 불안과 KT 주가하락 등으로 KT가 합병을 계속 추진할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주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50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 주가수준으로 1400만주에 달하는 규모다. 합병비용 조달 차원에서 KT가 자사주 일부를 소각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증시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KT가 다급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자사주 소각 결정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21일 합병을 공식화한 이후 한달여간 415만주 가량의 KT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40.5%에서 현재 39%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KT 주가하락은 외인들의 지속된 투매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재 KT는 1조원, KTF는 7000억원 범위내에서 주식매수청구를 신청하는 주식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주가하락이 지속될 경우 주식매수청구가 쏟아져 합병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합병 이후 경영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T는 사장까지 직접 나서서 합병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합병으로 주주들의 실질적인 이익이 실현될 수 있도록 처방책을 내놓고 '외인 붙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떠나던 외인 발걸음 돌릴까

최근 3박4일동안 미국을 방문해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합병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이석채 사장은 "외국 투자자들이 KT에 대한 정부규제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 규제가 KT합병법인의 수익성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불투명하다는데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KT의 주가하락 원인이 정부의 규제리스크에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특히 이 사장은 KT필수설비 분리 및 중립화 논란과 관련, "KT합병은 회사내의 조직개편과 마찬가지"라며 "민간기업의 설비를 놓고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며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을 들어 KT 필수설비에 대한 정부 규제 가능성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KT합병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본질적으로 합병KT의 수익성과 생산성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T가 주주가치 제고방안에 수익성 제고를 위한 인건비 5000억 절감을 포함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2조 규모 연매출의 25% 가량을 인건비로 쓰는 KT 입장에서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인건비 절감은 임금동결로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본질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처방으로 KT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붙들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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