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펀드 알고보니 '실물지원펀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2009.02.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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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규모 '실물지원'과 연계… 은행 자본확충 '투 트랙'으로

은행 자본확충펀드가 3개월간의 장고 끝에 구체적인 지원방식과 지원규모가 결정됐다.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에서 12조원을 지원하고 8조원은 시장에서 조달한다는 큰 골격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자본확충펀드의 성격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애초에는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과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다는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실물경기 지원실적과 연계된다. 자본확충보다는 ‘실물경기 지원’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셈이다.



◇ 자본확충펀드 어디에 쓰이나=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대출을 기반으로 조성된다. 한은이 산은에 10조원을 대출하고 산은이 여기에 2조원을 얻어 총 12조원을 대출하게 된다. 나머지 8조원은 자본확충펀드에서 인수한 후순위채 등을 유동화해 일반·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해 조달하게 된다.

자본확충펀드는 후순위채 매입에 10조원이 사용되고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과 우선주 매입에 각각 8조원과 2조원이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신청결과에 따라 사용처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 후순위채는 매입 요청이 많은 반면 신종자본증권 매입 요청이 적다면 후순위채 매입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후순위채의 경우 보완자본(Tier2)으로, 신종자본증권과 우선주(상환우선주 제외)는 기본자본(Tier1)으로 인정된다. 결국 보완자본이 필요한 은행은 후순위채 매입을, 기본자본이 필요한 은행은 신종자본증권이나 우선주 매입을 요청할 전망이다.

자본확충펀드는 3월 중에 1차로 12조원이 지원되고 나머지 8조원은 1차 지원금 활용상황을 감안해 지원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1차 지원금은 특정은행에 지원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규모에 따라 최대한도가 결정됐다.

자산규모가 200조원 이상인 국민·우리·신한은행은 최대한도가 2조원이며 △하나·기업·농협 1조5000억원 △외환·한국씨티·SC제일 1조원 △수협·지방은행 3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최종 한도는 은행들의 지원신청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대한도를 넘을 수는 없다.


자본확충펀드로 지원받은 자금은 반드시 중기 신규대출이나 기업 구조조정 지원 등 실물지원에 사용해야 한다. 은행들은 이들 실적을 매월 점검받게 되며 지원실적이 계획에 못 미칠 경우 2차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패널티 금리를 물어야 한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은행과 약정서를 체결하고 매월 지원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지원실적은 약정서 체결 이후로 한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은행 자본확충 투트랙= 금융위가 자본확충펀드 지원규모를 실물경기 지원실적과 연계하기로 한데는 국내은행들의 상황이 당장 외부 수혈을 받아야 할 정도 다급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지난해말 금융당국이 BIS비율을 12%로 끌어올리도록 주문하면서 은행들은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그 결과 은행의 BIS비율은 9월말 10.86%에서 12.19%로 높아졌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이나 기업 구조조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3조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지난 평균 5년간 증가액 3조8000억원에 못 미쳤다. 채권단이 중심이 된 기업 구조조정 역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김 국장은 “자본확충펀드는 이미 발생한 은행의 부실을 메워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중기대출 등 신규 지원에 따른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이 부실화되기 이전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자본확충은 ‘투 트랙’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기 지원에 따른 은행의 부실은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지원하고 기존 대출이 부실화돼 문제가 생기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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