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12년 전으로'...다우 7100 겨우 지탱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2.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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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다우·S&P, 97년래 최저..금융불안+기술주 투매

미 증시가 12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미 정부의 진화작업에도 불구, 국유화 논란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데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해온 기술관련주들까지 처분에 나서면서 바닥없는 추락을 지속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50.89포인트(3.41%) 급락한 7114.78로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1997년 10월28일(6971.32)이후 최저치이다.



S&P500지수는 26.72포인트(3.47%) 떨어진 743.33을 기록, 1997년 4월11일(737.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나스닥지수는 53.51포인트(3.71%) 내려선 1387.72로 장을 마쳐 3개월여만에 처음으로 1400아래로 내려갔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추가적 자금 투입 계획을 밝히며 미 증시는 개장초 상승세로 출발했다.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25일 시작되는 등 금융권 생존 위기감과 국유화 논란이 확산됐다. 여전히 정부의 금융권 부실 해소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의 금융권 자금지원에도 불구,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부실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공포가 전 업종으로 확산됐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던 기술주에 대해서도 경기침체 지속으로 인한 수요감소 우려로 매물이 늘어나면서 오후들어 낙폭이 확대된 끝에 장중 최저치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정부 지원 기대로 장초반 상승했던 금융주들 역시 오후들어 탄력을 잃었다.
캐피털 파이낸셜 투자자문의 케이스 스프링거 대표는 "사람들이 마침내 수건을 던지고 있다"고 묘사했다.

◇ 정부 '국유화' 진화 나서...은행주 상승폭 축소



정부가 지분을 4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씨티는 이날 9.7% 상승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역시 3.2% 올랐다. 하지만 장 전반에 걸친 하락세 여파로 상승폭은 시간이 가면서 축소됐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부산하 통화감독청(OCC), 저축기관감독청(OTS) 등 미 주요 금융감독기구는 23일(현지시간) "정부는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라는 핵심 기능을 수행할수 있도록 강력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정부의 자본지원 프로그램은 은행들이 민간 소유로 남을 것이라는 강력한 전제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시스템의 견고한 회복이 광범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회복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오바마 행정부는 연방정부에 의해 감독받는 민간은행 시스템이 최선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25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스트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은 약 20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자금을 필요로 하는 은행들은 추가적 예산 지원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자금지원 규모는 현재의 재무상태가 아니라 더욱 심각한 경제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손실을 능가하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금융기관 검사가 1년 단위를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반해 스트레스 테스트는 2-3년 기간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 지원은 필요할 시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의무전환우선주(mandatory convertible preferred shares) 형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요감소 전망' 기술주 마저도..

기술주는 이달들어 전날까지 하락폭이 1.4%로 업종 가운데 가장 양호한 성적을 올렸지만 이날은 급락의 선두에 섰다.
모간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침체 심화에 따른 시장상황 악화가 예상된다며 기술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축소'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 하이테크 35지수는 이날 4.2% 하락했다.
인텔이 5.5% 급락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1% 떨어졌다.

휴렛팩커드가 6.3%, 오라클이 4.2%, 애플은 4.5% 떨어졌다.
하드웨어 관련 기술주중에서는 선마이크로 시스템 (5.4%), 델(5.2%)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4.4%, VM웨어도 4.7% 하락하는 등 소프트웨어 대장주들도 맥을 못췄다.

구글이 4.5% 하락하고 이베이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들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반면 포드자동차는 노조와 퇴직자 건강보험 부담 축소에 합의하면서 9.5%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전미 자동차 노조(UAW)는 23일 성명을 통해 포드자동차측과 퇴직자 건강보험(VEBA) 기금을 충당하는 방법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회사측은 VEBA 출연금의 절반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부담, 유동성 압박을 덜게 됐다.
GM역시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1.7% 상승했다.

◇ 유가 급락..달러는 강세



지난주말에 이어 주가가 추가 급락하는 등 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지난주말에 비해 배럴당 1.59달러 하락한 38.44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이날 장중 37.87∼41.49달러를 오가는 변동성을 보였다.
씨티그룹이 정부지분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는 보도가 금융시장 안정 기대로 이어지며 한때 유가가 강세를 보였다.



국제원유시장분석기관인 페트로로지스틱스는 OPEC이 이번 달 안에 원유 공급량을 현 수준보다 3.8% 줄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서 차킵 켈릴 OPEC 의장도 3월 15일 예정된 총회에서 감산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유화 논란이 확산되고 금융시장 불안감으로 다우지수가 11년만의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유가도 동반 급락세로 돌아섰다.

오후 4시8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23% 상승(엔화가치 하락)한 94.50엔을 기록했다. 장중 94.95엔까지 올라가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미 정부가 은행권 추가자금지원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희석된 점이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상대적 약세를 초래한 것으로 풀이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1.24센트(0.96%) 하락(달러가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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