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금확보 총력전..7년만에 최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2.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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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로 우량 회사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장기 침체기에 차입형 현금확보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며 사업구조 개편 등의 새로운 생존전략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2월 마지막주인 23∼27일 발행(납입 기준)이 예정된 회사채 규모는 총 3조6550억원으로 주간 단위로 지난 2001년 12월 둘째주(4조1610억원) 이후 7년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비금융권의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금융채는 2500억원 어치에 불과하다.



신세계가 오는 25일 3000억원 가량, KT와 ㈜SK가 27일 각각 4000억원, 2500억원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자금용도를 보면 운영자금이 2조554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금리가 낮을 때 미리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한화와 STX팬오션은 지난 18일 각각 2600억원,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SK케미칼은 19일 1000억원 어치를 찍어냈다.


이후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오는 3월2일 2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발행은 기존 차입금 상환 목적도 있지만 장기불황에 대비해 회사채 발행이 원활하게 될 때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아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A0 이상으로 A- 이하의 경우 여전히 금리 부담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다. 경기 추가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A- 등급 이하 기업들에게 부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위험이 있는 회사채의 경우 고객들에게 팔자마자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증권사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때문에 경기하강 위험에 크게 노출된 기업들의 회사채는 증권사들이 인수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때에는 회사채 발행 등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전략컨설팅업체 AT커니의 장명훈 한국파트너는 "일반적인 경기 침체기에는 고금리를 주더라도 일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버티는 것이 가능했지만 장기침체 상황에서는 금리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자체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으로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파트너는 "현금 확보 등을 통한 무조건적인 '버티기 전략'을 쓰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사업구조로의 재편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핵심사업 분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되 초저가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침투기회를 모색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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