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사서 뇌물로? 그런 망신이…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장 2009.03.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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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미술품(그림)의 위작은 회화의 역사와 함께 한다. 화가라는 직업이 왕권과 교권에서 분리되면서 미술시장이 형성됐다. 미술품의 매매와 함께 자리하는 것이 위작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고흐, 렘브란트와 같은 거장들의 위작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정희나 김홍도에서부터 박수근, 이중섭에 이르기까지 위작 시비는 항상 있어 왔다.

최근 청탁과 관련된 미술품 위작 사건이 미술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미술품이 로비용으로는 쓸 만한가 보다. 선물하기 편하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품위를 지킬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뇌물용으로 구입하는 미술품의 금액은 얼마나 될까? 몇억짜리 미술품을 몇억에 사지는 않는다. 최고로 비싼 미술품을 최선의 싼값으로 구매할 것이 자명하다. 누군가에게 청탁을 한다고 가정하면 초등학교 미술책에 나오는 화가의 작품 정도가 되어야 한다. 받는 사람도 잘 아는 화가이면서 부담을 느껴야 청탁이 된다. 젊은 작가나 미술계에서만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받는 사람이 잘 모른다.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돈으로 비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미술품을 구매한다.



위작을 완전히 근절시킬 수 있는 묘안이 있으면 좋으련만 거기에 대한 해법이 아직도 부족하다. 위작은 어찌해도 발생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뇌물이 있는 곳에 위작은 존재한다. 한국 최고의 화가 작품이어야 뇌물이 되는데 아무리 통이 큰 사람이라 할지라도 수천만원, 수억원의 가격으로 미술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뇌물과 관련된 위작의 매력이 숨어있다. 비합법적인 자금을 동원해 유명 화가의 작품을 싼값에 사려하기 때문에 공개적 거래를 꺼린다. 미공개로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과 유명작가의 미공개 작품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구매하는 사람이나 받은 사람은 위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통경로를 위해 미술품과 함께 움직이는 소장경위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 미술품이 미술시장에 나오는 순간부터 심각한 상황이 전개된다. 진품이라면 무슨 상관이랴 만은 위작으로 드러나면 복잡해진다. '미공개'를 '공개'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 대 개인이 주고받은 미술품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예술품에 대한 위작은 거래 내역이 밝혀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위작이 진품으로 소통되면 문화유산의 본래 가치가 싸구려로 전락한다. 소중한 문화적 정보가 담겨진 예술품의 진가를 위작이 저해시킨다. 진품인양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미공개'라는 이름으로 거래하는 사람이나 작품들에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정말 소중한 미공개 작품이 세상에 드러날 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리게 된다. 진품이라면 소장 경로 또한 명확하다. 위작은 언젠가 밝혀진다. 절대로 밝혀지지 않는 위작이라면 그것은 이미 진품이다.
위작 사서 뇌물로? 그런 망신이…


윤우승, 삶-Lifish, 혼한재료. 캔버스에 아크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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