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국유화 시한폭탄 터지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9.02.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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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 "단기국유화 불가피" vs 백악관 "고려치 않는다"

미 은행권이 국유화 우려에 휩싸였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의 은행 국유화 발언에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막대한 정부 공적자금을 받은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은행주들의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사실 도드 위원장이 은행 국유화 가능성은 처음 언급한 것은 아니다.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공화당 보수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국유화를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과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국유화의 당위성을 역설하기까지 했다.



도드 의원의 발언이 당시 이상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은행들의 상황이 그때보다 더욱 악화됐고 이에 국유화 가능성이 한층 구체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 도드 "국유화 은행 보게 될 것"



도드 의원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 단기 국유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도드 의원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은행 국유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BoA, 씨티그룹 등 대형은행들이 75년래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견뎌내기 위해 단기 국유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말한 것과 같은 시한부 국유화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주 초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업계가 재편될 때까지 미 정부가 일부 은행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BoA·씨티, 가슴 '철렁' 주가 '출렁'

도드 의원의 발언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BoA와 씨티그룹의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BoA와 씨티그룹이 지난 4개월 동안 받은 구제금융의 규모는 900억달러. 구제금융 규모가 커질수록 이들 공룡 은행들의 국유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씨티그룹의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일 대비 22% 폭락하며 1991년 1월29일 이후 저점인 1.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1년 1월29일 이후 저점이다. 씨티그룹 주가는 장중 1.61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최대 36% 폭락하던 BoA 주가는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선 이후에야 가까스로 낙폭을 축소, 전일 대비 3.6% 떨어진 3.7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6개 금융사로 이뤄진 KBW은행지수는 엿새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KBW은행지수는 올해 들어 51% 하락했다.

◇ 백악관, "국유화 생각하지 않는다"

도드 위원장의 발언으로 은행주들의 주가가 폭락하자 백악관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 주도 은행시스템을 지향한다는 말로 현재로선 국유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깁스 대변인은 충분한 정부의 규제 하에서 민간이 은행시스템을 주도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것에 대해 오랜 신념을 갖고 있고 이 신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바니 하원 금융위원장도 은행 국유화는 피해야 될 일이라며 도드 위원장의 말을 일축했다.

공화당 상원 서열 2위이자 도드 위원장과 같은 금융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존 카일 의원 역시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일 의원은 "시장이 은행 국유화를 걱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국유화 말고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은행 업계는 은행 국유화가 투자자는 물론 고객들의 은행 신뢰를 크게 저해할 것이라며 도드 의원의 발언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에드워드 잉링 미 은행연합회(ABA)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유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자체가 은행업계와 신용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발등의 불' BoA "더이상 정부 지원 안 받는다"

케네스 루이스 BoA CEO는 도드 의원의 국유화 발언으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증폭되자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충분한 자생력을 갖고 있다며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치 않다고 밝혔다.

루이스 CEO는 이날 사내 메모를 통해 "BoA가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 그리고 현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자본과 유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어닝파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추가 지원은 필요치 않은 상황이며 앞으로도 추가 지원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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