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주식'에 투자하세요"

박영암 오상헌 기자 2009.02.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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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듣는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꿈이 있는 주식'에 투자하세요"


거센 녹색바람이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탈출구로 세계 각국이 너도 나도 '녹색성장'을 부르짖는다. 세계 각국 정부의 '그린산업' 투자규모는 이미 11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도 다르지 않다.

덩달아 우리 증시에선 '그린테마주'들이 용기백배다. 작년말부터 형성된 '녹색' 열기가 진정되기는 커녕 올 들어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증시 일각에선 이번 열풍을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자원개발주' 등과 달리 일시적인 테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류 미래삶과 직결된 주제들이라 향후 수년간 국내증시의 새로운 상승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치 투자의 대가인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사진)도 이같은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테마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녹색물결을 "인류의 생존 과제를 해결하려는 21세기 메가트렌드"로 보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녹색'은 경기부양의 핵심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과 환경에 이롭다"고 했다. 과거의 테마와 달리 자연과 인류의 공생과 공영을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꿈'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러다임의 변화' 측면에서 녹색성장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너지 바이오 물 식량 등 '녹색테마'는 한국증시의 꿈"

이런 측면에서 그는 "올해 증시는 꿈이 있는 종목들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꿈이 있는 주식'(Dream Stock)을 "에너지와 자원고갈, 환경오염, 질병, 물·식량 등 인류의 생존문제와 직결된 기업들"로 규정한다. 즉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처리 △바이오ㆍ제약 △ 물산업과 친환경 농업 분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분야의 기업이 올해 증시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속에서도 실적과 잠재력, 수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선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물론 이 부사장은 과거 코스닥 테마였던 '자원개발'주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잊지 않는다. 아무리 미래 꿈을 갖고 있어도 실체가 없거나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비싸게 거래되는 종목은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즉 "가장 중요한 건 캐시(현금) 창출 능력"이라며 "실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며 새롭게 이들 분야에 진출한다고 해서 모두 꿈의 종목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이 올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유망 종목군은 ' 턴어라운드' 기업'들이다. 그는 "거시지표 불안과 실물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종목들이 많다. 최근 3년간 코스피 대형주들의 상승과정에서 소외됐지만 올해 엔고 등의 영향으로 최대 실적을 내는 중소형주들이 많다. 이들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부사장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었지만 외환위기나 시스템위기로 비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도 90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코스피지수의 반등 폭은 제한적이라고 인정했다. 이 부사장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900에서 1300이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이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현금창출+CEO 윤리성 반드시 체크 "

- 연초부터 '녹색테마'가 시세를 내고 있다.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나.
▶ 올해 증시는 꿈이 있는 종목이 주도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증시 투자자에게 가장 큰 꿈을 주는 것은 '녹색성장'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녹색성장을 말하고 있다. 녹색사업이 인간에게도 이로우며 산업을 살릴 수도 있고 경기부양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녹색테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테마가 될 수도 있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고 커다란 물결이다. 꿈이 있는 주식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서 탄생하는 사업이 바로 꿈이 있는 산업이다. 올해 이들 종목에서 '대박'이 많이 날 것이다.



- '꿈'이 있는 산업은 무엇인가.
▶ 4가지로 분류된다. △에너지 자원고갈 △환경오염과 파괴 △질병 △물을 포함한 식량 문제가 인류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이다. 바로 여기에서 파급되는 관련 산업과 기업이 꿈의 주식이다. 풍력, 태양광, 지열, LED, 바이오, 생명공학, 농업, 물관련 산업 쪽을 유심히 들여야 봐야 한다. 이들 관련종목들은 대형주 뿐만 아니라 중소형주에서도 발굴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을 올해 주목해야 하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 연초이후 이들 테마주들이 동반 급등했다. 옥석을 가려야 하지 않나.
▶ 당연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시(현금)를 창출하지 못하는 종목은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꿈의 산업에) 진출한다는 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사업을 실제 영위하고 있는지,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지가 투자판단의 첫번째 척도다. 두번째로는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의 재무구조를 꼼꼼히 확인하고 CEO를 만나 경영 투명성도 확인해야 한다. 개인이 CEO를 만나기 어렵다면 재무제표를 꼼꼼히 보면 된다. 이것은 노력을 해야 과거 숱한 '테마'주들의 전철을 피할 수 있다.

- 기관이 코스닥 시장에서 녹색테마주를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수익률 관리 차원이 아닌 패러다임의 변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인가.
▶ 본격적으로 패러다임 변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펀드들이 매수하기에는 여전히 유동성이 부족하고 경영투명성 시가총액 등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기관들이 코스닥 종목을 순매수할 여력은 많지 않다. 주식펀드에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매수여력은 크지 않다. 대신 올해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코스피 대형주의 비중을 낮추고 녹색테마주들을 매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녹색테마의 중요성을 간파한 일부 펀드에서 관련 종목을 매수하는 흐름은 보인다. 상당히 긍정적이다.

개인적으로 녹색테마주는 기관들의 본격 매수이전에 개인들이 좀 더 많이 매매할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형펀드에서 매수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다만 꾸준히 매출과 순이익이 개선되는 몇몇 종목은 공모펀드에서도 추가 매수할 가능성은 많다. 이들 펀드에서 본격적으로 매수할 경우 예상보다 높게 급등할 수 있다.

"엔고 수혜 중소형주에 주목해야 "



- 4개 녹색테마 이외에 주목해야 종목은.
▶ 꿈이 있는 주식 이외에도 '턴 어라운드' 기업과 '극심한 저평가'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기업이 780개다. 이들중에서 올해도 사상최고 실적을 이어갈 기업이 적지 않다. 특히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속에서도 국내 IT와 자동차 협력업체 등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 엔고의 영향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실적은 좋아지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본 대만업체의 파산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탐방한 IT업체는 소니와 노키아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아 지난해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본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엔고부담으로 기술력을 갖춘 국내업체로 거래처를 옮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PCB업종이다. 이들 종목은 연초이후 30%이상 급등했지만 1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온다면 추가 상승여력은 여전히 많다.

- 직접 운용하는 '밸류10년주식펀드'에서 '꿈의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 1조2300억 규모의 펀드에서 2500억원을 중소형주와 녹색테마주들에 투자하고 있다. 아직 시가총액이 적아 대규모로 사들이기 힘들다. 개별종목의 보유비중은 미미하다. 그런 만큼 보유종목은 많다. 전체 160여개 종목중에서 130여개를 중소형주로 채웠다.



시가총액이 적고 유통물량이 적어 대형펀드에서 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올해 시세는 이들 종목에서 낸다고 보고 일찍부터 매수했다. 이들 종목 덕분에 1조원 넘는 대형펀드중에서는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연초이후 수익률이 2.19%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54% 하락한 것에 비해 선방한 셈이다.

- 코스피시장의 대형주들의 올해 전망은.
▶ 올해 코스피 대형주들의 전망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실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반등의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주가도 올해 예상실적에 비해 결코 싼 편도 아니다. 한마디로 밸류에이션 매력은 적다는 얘기다.

여기다 수급마저 좋지 않다. 국내 펀드는 최근 3년간 조선 화학 철강 등에서 초과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에 아직도 이들 업종의 비중이 높다. 전체 편입주식의 80%이상을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들로 채운 상태다. 추가 매수할 세력이 없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올해 실적전망도 좋지 않아 신규 매수는 더욱 더 기대하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주가 전망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가.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엔고로 올해 실적이 좋아지는 중소형주들이 많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은 세계 1등 기업이기 때문에 현재의 경영위기를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일본 대만업체 등도 모두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을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원/달러 환율도 시장이 과잉반응했다고 본다. 국내증시는 지난해보다 내성이 강해될 것으로 본다. 코스피지수는 900을 뚫고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실적부진으로 상승여력(1300대)도 제한된 것은 인정한다. 지수보다는 미래의 꿈을 갖고 있는 중소형주들이 큰 시세를 낼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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