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거듭하면서 ETF의 투자 방정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ETF 하나면 모든 고객유형에 맞는 투자 조합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하지만 ETF의 진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간의 성장과정에 비유한다면 아직까지 유아기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년 새롭게 탄생하는 ETF
국내에 ETF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2년 10월 11일. 당시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스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4개의 ETF가 증시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ETF 순자산은 4000억원 정도.
2006년 공백기를 깨고 새롭게 선보인 ETF의 주종은 업종별 ETF였다. 실제 2006년 출시된 8개의 ETF중 7개가 IT 및 반도체, 자동차, 은행업종지수에 연동하는 상품이였다. 보다 높은 수익을 요구하는 시장의 니즈에 맞춰 ETF도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ETF의 황금기로 불리는 2007년과 2008년에는 업종별과 함께 투자스타일별 상품이 주종을 이뤘다. 당시 대형가치주, 중소형가치주, 고배당 등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ETF가 잇따라 출시됐고, 삼성그룹주, 현대그룹주 등 그룹별 상품까지 선보였다. 또 해외투자 열풍과 함께 브라질, 일본 등 해외증시와 연동하는 해외 ETF들도 처음 등장했다.
시장의 니즈에 따라 빠르게 진화해온 ETF는 올해부터는 그 진화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ETF 설정과 운용 등에 대한 대부분의 규제가 풀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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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국내 주식을 기반으로 한 ETF와 중국, 일본 등 일부 해외증시 기반의 ETF가 전부였지만 앞으로는 투자자산이나 국경에 상관없는 다양한 상품 출현이 가능하다.
당장 삼성투신운용 등은 올 상반기 거래소 상장규정이 개정되면 미국, 유럽, 인도, 중국A주 등 해외 ETF는 물론 채권 ETF와 금, 원유 등의 실물자산 ETF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leverage) ETF와 지수하락시 수익을 내는 리버스 ETF 등을 준비하는 운용사들도 있다.
이처럼 ETF가 다양해지면 개인투자자는 보다 쉽고 저렴하게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TF만 가지고도 개인의 연령별, 투자성향별에 맞게 자산배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후자금 확보가 중요한 50대의 보수적인 개인투자자라면 채권과 주식 투자비중을 7:3으로 하되 직접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채권형와 주식형 ETF에 투자하는 식이다.
금융권 핵심전략 상품 될 것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금융권 빅뱅에서 ETF가 핵심 전략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으로 고객보호가 한층 강화되고, 자산컨설팅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자본시장법의 벤치마크 국가인 호주의 경우 자산관리 상품인 랩(Warp)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ETF가 주요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랩을 통해 펀드나 주식에 투자할 경우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지만 ETF는 이런 단점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으로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이 강화된 국내에서도 펀드 대신 랩을 통한 자산관리가 주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이 경우 랩의 주요 투자수단은 ETF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배재규 본부장은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펀드 가입이 까다로워지고,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금융회사는 물론 고객들도 펀드를 꺼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번거로운 절차없이 단 한번의 계약으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랩이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것이며 이 경우 투자비용이 저렴하면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ETF가 주요 투자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