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콜옵션포기,외국계혹평 왜?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9.02.2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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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여의도 리포트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외환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에다 지정학적 위험 등이 겹치면서 최근 5년물 외평채 신용부도스왑(CDS)이 4%대에 재진입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2개월만이다. 한국물 CDS의 급등으로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단기물은 그나마 사정이 양호하지만 1년 이상 중장기 차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 콜옵션포기,외국계혹평 왜?


이 같은 사태를 야기한 원인 중 하나로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가 지목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11일 2004년 3월에 발행한 4억달러 규모의 10년물 후순위채(만기 2014년 3월13일)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부터 후순위채를 되산 후(콜옵션 행사) 후순위채를 재발행할 경우 조달금리가 너무 비싸 부득불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조달금리 측면만 놓고 본다면 우리은행의 결정은 합리적이다. 후순위채 발행당시 우리은행의 조달금리는 리보에 230bp를 더한 연 5.75%였다. 또한 관행에 따라 5년 후인 2009년 3월13일 채권투자자들로부터 후순위채를 되사주겠다는 콜옵션 조항도 첨가했다.



우리은행은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후순위채 투자자에게 미국채 5년물 기준으로 406.5bp, 리보 기준으로 365.5bp를 더하는 스텝 업(Step Up) 조항도 첨가했다. 이 조건을 적용할 경우 우리은행은 콜옵션 포기 후 채권투자자에게 최대 연 5.8%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이것은 현재 연 10%를 웃도는 10년물 후순위채 발행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적어도 조달금리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리은행의 결정에 수긍할 수 있다.
우리은행 콜옵션포기,외국계혹평 왜?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우리은행에 대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비난했다. 당장은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은행뿐 아니라 국내 은행들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조달비용 상승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릴린치는 지난 11일 <최악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은행의 예상 밖의 콜옵션 포기로 외평채 CDS 급등과 은행권의 달러 채권 금리 상승이란 반갑지 않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국내은행권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후순위채를 수년간 발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국내은행의 대외 신인도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 스탠리도 같은 날 <산술적인 이익보다 더 큰 잠재비용>이란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인 이익은 분명 존재하지만 콜옵션 포기에 따른 대가가 더 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증권사는 "최근 자금시장 여건과 우리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감안할 경우 콜옵션 취소 결정은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모간 스탠리는 중장기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즉 국내은행의 대외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외화조달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2위 은행이 콜옵션을 포기한 것은 은행권 전체의 외화유동성 부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은행의 이번 결정은 향후 해외 자금조달 여건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JP모간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JP모간은 <콜옵션 미행사 ; 이후 조치는>라는 보고서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은행의 채권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아시아 은행들은 콜옵션 조항과 콜옵션 행사로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의 콜옵션 포기로 아시아 은행에 대한 프리미엄은 부여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판단 아래 JP모간은 우리은행의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비중축소'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CS증권도 <콜옵션 포기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은행의 콜옵션 포기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CS는 국내은행의 달러차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12개월 내 만기도래하는 국내은행의 1600억달러 규모 달러표시 채권의 만기연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 역시 국내 은행 또는 기업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과 차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 신뢰성에 악재>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콜옵션 포기로 선순위채권까지도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외국계의 보고서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양분된다. 일부는 외국계 보고서가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콜옵션 포기의 악영향을 침소봉대한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일부는 외국계의 우려대로 콜옵션 행사라는 관행을 깨트려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부작용을 인정한다.

박정환 마이다스에셋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에 내재된 콜옵션은 발행자의 권리이지 보유자의 권리는 아니다"면서 "우리은행이 자금 부담을 고려해서 콜옵션을 포기한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평가했다. 특히 콜옵션 포기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것은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봉민 산은자산운용 크레디트팀장은 "10년물 외화표시 채권은 만기중간에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한 후 재발행하는 게 관례"라며 "콜옵션 포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조기 현금확보 기회를 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권에 대한 해외 신인도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콜옵션 미행사로 채권보유 기간이 길어진 외국인들이 이에 상응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국내은행의 채권발행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우리은행 콜옵션 문제로 불신이 확산돼 다른 국내 은행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보고서와 국제자본시장에서의 CDS 급등 등으로 콜옵션 포기에 따른 후속대책을 준비 중인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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