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품권으로 주세요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9.02.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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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품권으로 주세요


미국이 경기부양과 금융안정을 위해 수조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증시는 예상과 달리 약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400조원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태세지만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정부의 위기대책을 시장과 국민이 외면하는 이유는 효과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절반의 예산을 사용한 TARP(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가 원칙도 투명성도 없었다는 비판을 받은 것에서 보듯,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느냐가 중요하다.



각국 정부들은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해 대출을 늘리는 방법, 기업에 직접 자금지원이나 세제혜택을 주는 방법, 감세로 납세자들에게 직접 돈을 되돌려주는 방법 등을 논의했거나 실행중이다.

그러나 부실의 끝을 알 수 없는 금융기관에 막대한 자금을 줬더니 보너스로 챙기거나 금고에 쌓아두기만 하고, 감세는 부자들에게 더 혜택이 돌아가 위기상황에서 부의 편중만 심화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세금환급으로 현금을 돌려줬더니 저축을 할 뿐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의 상품권 지급 방식은 돋보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국민에게 약 15만원 상당의 현금화 불가능한 상품권(소비권)을 지급하고 9월말까지 사용하도록 제한했더니 당장 백화점 매출이 10% 이상 뛰는 등 이른바 '상품권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하니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크고 부의 재분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예산 집행시 뒤따르는 각종 비리나 세금누수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상품권으로 결제시 할인해주는 등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까지 불붙으면서 경기부양의 즉효가 발휘하자, 대만 국민의 70% 이상이 정부의 부양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사상 최대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지급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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