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쓴 소리' 백날하면 뭐하나···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02.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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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의원들 '쓴 소리' 백날하면 뭐하나···


 늘 삐걱대는 여야지만 최근들어 '손발'이 맞는 게 있다. 정부 정책과 국정 운용에 대한 '쓴소리'다. 여당은 원래 야당의 공세에 맞서 정부를 변호해왔으나 요즘은 다르다. 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여야 의원 가릴 것이 없다.

 지난 9일 현인택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나는 같은 편인데 같은 편이 진의를 찾기 힘들면 주적인 김정일은 얼마나 진의를 찾기 힘들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편인 나조차 진의가 느껴지지 않는 대북정책이라는 뼈 아픈 비판이다. 같은당 권영세 의원도 "비핵과 개방의 궁극적 목적은 옳지만 방향이나 수단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데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 여당인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도 다르지 않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3일 한승수 총리를 향해 "이명박 정부가 선진국 정부에 비해 의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언론의 지적이 있다"고 따져 물었다. 여당이 각종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데 대해 정부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하자 대놓고 반박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꾸지람을 듣는 당사자는 요지부동이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의에 "보고받지 못했다"란 답변만 되풀이할 뿐 성실함은 보이지 않는다. "장관이 세세한 것까지 알기 어렵다"는 이제 모범답안이 됐다.



 야당의 정치 공세가 아닌 '같은 편' 여당 의원의 정책 질문에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온다. 지난 10일 열린 용산 참사 관련 대정부 긴급현안 질의에서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정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추측성 답변을 하거나 답변을 아예 하지 않아 한나라당의 이윤성 국회부의장마저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부의장은 "'그냥 보고 받아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하러 국회까지 나왔느냐"며 질책했다. 국무위원들이 오만해지면 비판은 고스란히 대통령과 여당을 향하게 된다. 남은 대정부질의와 국회 과정에서는 국무위원들의 태도가 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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