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경기부양책 외면한 이유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9.02.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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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보기] Dead Man Walking(1)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미국 증시가 경기부양책 외면한 이유


지난 주말 경기 부양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7870억 달러 규모로 상 하원을 모두 최종 통과했다.

하지만 역시 경기 부양법안이 하원을 막 통과하던 시점에서 미국 주가의 흐름을 보면 반짝 상승했다가 이내 약세로 전환되었다.

상원에서는 이미 한차례 통과가 되었었기 때문에 하원의 통과는 곧 경기 부양법안의 통과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르지 않았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시장에서는 경기 부양책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통과된 경기 부양책은 감세안이 36%이며 재정지출이 64%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미국 국민 일인당 약 400달러의 세금환급이 포함되어 있다. 집을 새로 구매하게 되면 8000달러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포함이 되어 있다.



물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250달러는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반색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시장의 관심은 이 위기를 끝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게 되는 금융 구제안에 오로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은행은 죽었다"

필자는 지난주에 금융 구제 법안은 3조 달러가 되어야 안정적이며 만약 2조 달러가 채 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역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결국 발표된 금융구조 법안은 터무니 없는 수준이 5000억 달러 수준이었고 이에 시장은 급히 실망 매물을 출회해 놓고 있다.


금융 구조 법안을 통해 쓰러져 가는 금융 시스템을 고추 세우겠다는데 취지인데 금융주들은 발표 이후 오히려 더욱 주가는 하락했다.

금융 구제법안의 발표 직전에 91.20이었던 S&P 은행업종 지수는 오히려 더욱 깊은 하락을 해서 지난 주말 종가를 74.72까지 하락시켰다. 하루 평균 업종지수가 6%나 하락을 한 것이다.



배드뱅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직전인 지난 해 연말에 금융지수는 137.53이었다면 은행주들은 “리먼”으로 인한 폭락 이후에 배드뱅크라는 뉴스로만 또다시 반 땅이 난 셈이다.

금융 구제안이 발표된 이후 지난 주말 뉴욕 타임즈에서는 은행들을 죽은 목숨에 비유했다. 영화 “데드맨 워킹”처럼 은행들은 지금 영업은 하고 있지만 조만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부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고 자본금이 부실자산을 상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지불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긴 CDO에 대한 손실규모만 해도 최소 5000억 달러는 넘을 것이란 생각인데 나중에 다시 5000억 달러의 증액이 있을 수 있다고는 했다지만 일단 시작 단계에서 금융 구제안 총액이 500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면(연준의 1조 달러는 엄밀하게 보면 금융권의 부실을 구하기 위한 자원은 아니라고 본다면) 시장의 실망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 곧 리먼의 부도로 인한 2차 폭발이 시작될 수 있는 시기에 치료를 서두루지 않을 경우 자칫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갈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더욱 걱정은 깊어진다.



지금 세계는 리만부도의 2차 폭발 위기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선진국 진영에서는 영국이 파운드화가 연일 급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IMF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든 브라운 총리가 직접 나서 해명하는 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유로 최대 경제국인 독일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이미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고 이번에도 -2.1% 경제성장률을 발표했다. 이는 통독 이후 가장 힘든 시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머징 진영에서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의 몇 몇 나라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채권 시장이 이미 붕괴된 지 오래다. 채권시장이 붕괴되었다는 것은 이지 조달 시장이 없어 기업들의 자금공급원인 젖줄이 말라 버렸다는 말이 된다.



현재 러시아의 회사채는 투자적격 등급도 수익률이 무려 80%에 달하는 것들이 속출하고 있다. 불과 6개월 전에 동종의 채권이 12% 정도에서 거래가 되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러시아의 위기는 결국 리먼 이후 최근 수개월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자를 80%나 주고도 기업 활동을 통해 남는 장사가 있을까?

루블화의 급락으로 연일 치솟아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2000억 달러나 쏟아 부었고 그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은 꾸준히 빠져나갔다. 이제 러시아에서는 푸틴에 대한 노골적인 퇴진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닌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어 아이슬란드의 디폴트 위협에 달러를 빌려주었던 호기는 어디가고 이제 와서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나돌 정도라면 말이다.

아무리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은 리먼브라더스의 고성능 폭탄이 터진 이후 세상이 어찌될지에 대하여 자세한 전망을 한 사람이 적어도 러시아에는 없었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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