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0.5%p↓… 한은 또다시 '파격'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2.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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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신속대응" 금통위원 별 이견 없어

- 유동성함정보다 경기침체 대응 선택
-"이미 유동성 함정" 경고에 한은 고민
- 다음달 12일 금통위 결정에 관심 집중

한국은행이 또다시 시장 예상을 깨고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유동성 함정 등을 의식해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한은은 이번 결정을 통해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부양을 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천명했다. 소비 투자 고용 수출 등 각종 경기지표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고,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0.5%포인트 인하에 대해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현 경기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인하할 지 촉각을 곧추세우고 있다.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예상밖 0.5%p↓… 한은 또다시 '파격'


◇한은의 '파격', 왜?= 한은은 경기침체 가속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중 소비재판매는 전년동월대비 7.0%나 감소했다. 4개월 연속 하락이다. 특히 전달 5.8% 감소에서 감소 폭이 확대됐다. 12월중 설비투자는 3달 연속 감소하며 24.1% 줄었다.


1월 중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10만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12월 1만2000명 감소에서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고용률은 57.3%로 8년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3.3%(계절조정후)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1월중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32.8%나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중 경상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폭이 크게 줄었다.



한은은 이날 인하와 관련해 "국내 경기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한층 더 위축되고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하강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세계경제 침체 심화 및 신용경색 지속 가능성 등으로 향후 성장의 하향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전망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 직후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로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말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0.5%로 낮췄다. 한국 경제성장률을 -4%로 제시했다.

곳곳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집계한 결과 골드만삭스 등 10개 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경제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종전 0.8%에서 -2.3%로 낮아졌다.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며칠 지나지 않은 12일 전망치를 -4~-5%로 하향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11일 종전 3.2% 전망치를 -2.4%로 낮췄고, 다른 국책 및 민간연구소들도 마이너스 전망치로 수정할 태세다.

◇어디까지 내릴까= 한은은 유동성 함정을 놓고 고심중이다. 유동성 함정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량을 늘려도 회사채 및 대출금리 등 시중금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 금리·통화정책이 효력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실제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 투자는 늘지 않고 오히려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시중금리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단기채 금리는 동반하락하고 있지만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고공비행중이다. 3년 만기 'AA-급' 우량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7.75%에서 이달 11일 7.07%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은 측도 이에 대해 "글로벌 충격에 따라 유동성 함정에 가까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신용 리스크, 부실 위험에 따른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이에 빠진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앞으로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한은이 향후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폭은 0.25%포인트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금리가 2.0%로 내려온 데다 유동성 함정 등을 의식해 금리인하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이 0.5%포인트 인하에 별 이견이 없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다음달 12일로 예정돼 있는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시장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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