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학계, 녹색성장기본법 비판 쇄도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9.02.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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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센터 주최 긴급토론회서 "졸속추진 법제정 무효" 등 지적

정부가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이 각계의 비판을 받으며 도마에 올랐다.

입법 주체인 녹색성장위원회의 적법성 등 절차 문제부터 원자력에너지 정책 등 개별조항에 이르기까지 재계·학계·시민단체 전문가의 다양한 비판이 제기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주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법안의 절차·내용면 등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법제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것을 요구했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특히 이날 자리에선 원자력 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정책에 대한 비판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원자력 에너지를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국가인 동시에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모범적 국가에 속하지만 세계 어떤 국가도 원자력을 친환경적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소한 국가가 나서서 '원자력이 친환경적이다'라고 선언하는 곳은 없다는 지적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녹색성장 기본법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책내용은 '원전'과 '토목성장'"이라며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전력부문의 경우 원전 기수나 전력수요예측이 잘못된 것이므로 (원전 중심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도 "원자력 산업을 녹색산업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으며 원자력 산업을 육성해 녹색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2007년 원자력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0.4%로 태양전지(40.6%) 풍력(24.1%) 바이오연료(19.8%) 등 재생에너지 산업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원자력 산업은 발전단가 상승, 투자리스크 증가, 전문인력 감소 등 요인으로 향후 10년 이내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입법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김성곤 국회의원실의 이정환 특별보좌관은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입법을 추진한 지 3개월만에 법안의 국회제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입법의 중대성과 법안의 방대함을 고려할 때 정부는 지나친 입법속도론에 경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절차법 등 규정에 따르면 법령안의 입법예고는 중앙행정기관의 장(長)이 하도록 돼 있는데 대통령 훈령에 심의기구인 녹색위원회는 법령상 행정위원회도 아니고 중앙행정기관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녹색위원회의 입법예고는 정치적 입법예고로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법률적·행정적 입법예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회의적 시각까지 나왔다.

이 보좌관은 "법안의 상당한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과거 토건식 개발을 강조하던 현 정부가 지금까지의 '황색성장(토건중심 경제성장을 이르는 용어)'에 대한 진지한 성찰·반성 없이 녹색성장을 추진한다고 하니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생태적 조세개혁 추진' '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을 녹색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정책을 짤막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면피용 선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녹색뉴딜(녹색산업 부흥을 통한 일자리 창출) 추진방안에서도 재생에너지 항목이 '그린카(친환경 자동차) 및 청정에너지 보급'에 일부 포함될 정도로 소홀히 취급되고, 투자액도 총 투자재정 50조원의 2%에 불과한 1조원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들어가는 재정(14조5000억원)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이경훈 포스코 상무는 "기본법에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명시하면 국가나 산업계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배출권 거래제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이창수 녹색성장기획단 기획국장이 녹색성장위원회가 발의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9일까지 진행됐던 입법예고에 이어 이달 중순까지 규제심사를, 이달 하순까지 법제처 심사를 마친 후 이달 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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