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 가치가 하이트맥주 2배?

더벨 현상경 기자 2009.02.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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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맥주 M&A]②20억달러 매각시 EV/EBITDA 15배 이상...업계 "비현실적"

이 기사는 02월06일(08: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최대 인수합병(M&A) 매물로 등장한 OB맥주의 매각가격은 어느 선에서 형성될까.



매각주체인 인베브측이 총 20~25억달러의 가격을 기대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인 프라이싱(Pricing)'이라고 보고 있다. OB맥주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하이트맥주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국내 맥주시장은 '하이트', '맥스' 등의 브랜드를 가진 하이트맥주 (9,390원 ▲60 +0.64%)가 6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93년 이전까지만 해도 맥주시장은 OB(옛 동양맥주)가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그해 조선맥주가 '크라운'이란 묵은 브랜드를 던지고 '100%천연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 브랜드를 내놓으며 상황이 역전됐다.

하이트는3년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반면 OB맥주는 진로쿠어스가 출시한 '카스'맥주의 여파로 점유율이 더 떨어졌다. 이후 OB맥주는 두산에서 인베브로 주인이 바뀌고 카스맥주까지 흡수합병했지만 점유율은 40%초반(작년9월말 기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7년말 기준으로 하이트맥주(하이트홀딩스-하이트맥주 분할이전)과 OB맥주의 재무제표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이트맥주는 9600억원대 매출액에 2307억원의 영업이익, 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창출력(EBITDA, 영업이익+감가상각비로 단순 산정)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주가수준으로 추정한 하이트의 에비타승수(EV/EBITDA)는 6~7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장사인 하이트맥주와 하이트홀딩스의 최근 시가총액(EV로 단순추정)을 다 합쳐도 1.6조원 안팎에 그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OB맥주의 매출액은 6600여억원. 영업이익은 1440억원 정도다. EBITDA는 2000억원에 좀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OB맥주의 기업가치를 20억~25억달러로 산정할 경우 에비타승수는 무려 15~18배에 달한다.

최근 몇 년간 시행됐던 M&A가운데 사상 최고치 수준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게 오른 달러/원 환율 상황 탓에 원화 기준으로는 OB맥주 인수에 2.7~3.5조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인베브와 JP모건 등이 매각제안서(IM)상에서 인수후보군에게 제시한 EBITDA 2594억원(추정재무제표 기준)을 적용해도 에비타승수는 여전히 14배에 달한다.

양사의 자산가치를 비교해도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단순 비교한 자산총계만 하이트가 OB보다 1.5배 이상 많은데다 투자자산(분할 이후 하이트맥주)도 하이트측이 월등히 높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20~25억달러라는 금액은 OB맥주를 하이트맥주의 2배 가격에 사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외신을 활용한 입찰경쟁 부추기기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인베브의 고가매각 전략은 작년 9월 시장에 OB맥주 매각의사를 밝혔을 당시에도 드러난다.

KT&G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 따르면 당시 인베브에 "경쟁입찰을 붙이지 않는 조건으로 1.5조원 가량에 OB맥주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인베브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러잖아도 '금융권 접촉, 컨소시엄 구성금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인베브가 희망 매각가도 너무 높게 잡은 탓에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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