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해운사 '연쇄 침몰' 현실화?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9.02.0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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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로드' 도산 이어 10위권 해운사 '삼선로직스' 법정관리 신청

국내 중견 해운사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파크로드(20위권)가 도산 상태에 빠진 데 이어 10위권 업체인 삼선로직스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중견 해운업체들의 ‘도미노 침몰’이 현실화 되고 있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견 해운업체인 삼선로직스는 지난 6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선로직스는 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타격을 입은 국내외 거래처의 부도ㆍ파산 등으로 정상적인 채권회수가 안 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일부 채권자들이 받을 운임과 용선(해운선사들로부터 빌려 쓰는 선박)료를 가압류 하는 등의 법적 조치에 나서 삼선로직스의 자금난은 더해졌다.

실제 삼선로직스는 네덜란드 등 거래업체들과의 대금결제 문제로 자사선 2만8000톤급 화물선 ´프리티 플로리시´호가 지난달부터 벨기에 겐트항에 억류된 상태다. 또 한전 장기수송계약(COA) 운임계좌를 압류당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선로직스는 이번 달 초부터 자사의 홈페이지를 전격 폐지하는 등 사실상 활동중단에 들어갔다.


지난 1983년 창립된 삼선로직스(구 삼선해운)는 2007년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벌크선을 비롯해 선대규모는 2008년 기준 사선(자사가 보유한 선박) 9척에 54만DWT(재화중량톤,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중량)로 업계 12위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파크로드에 이어 성장을 계속해 온 삼선로직스 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중소 해운업체들이 현재 얼마나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견 해운업체들의 잇따른 도산은 우선 해운시황을 나타내는 건화물(벌크) 운임지수(BDI)의 폭락 탓이 크다. BDI는 철광석과 석탄, 곡물을 나르는 건화물선의 운임 지수다.

지난해 5월 최고점인 1만1793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추락을 거듭해 지난해 12월 60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거듭한 BDI지수는 최근 1500포인트에 근접했지만 선사들의 생명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인 3000포인트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올 상반기 해운 시장 호황을 예상하고 용선 규모를 늘린 중소 해운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외국 선사들의 잇따른 부도도 국내 해운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국내 중소업체들의 경우 벌크선을 용선한 뒤 3~4번씩 재용선을 한 경우가 많아 중간이나 최종 용선업체가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면 연쇄도산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삼선로직스는 최근 싱가포르 법원으로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시작한 아르마다쉬핑 싱가포르 법인의 채권자 리스트에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해운업계에서는 국적 선사들간 소송과 채권압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면서 "그나마 대형 해운사들은 유동성 압박을 견딜 수 있지만 중소 해운업체들은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도 "한 업체의 도산은 용선체인으로 묶인 여러 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국내 해운업계는 각종 부도설, 사장 도망설 등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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