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상품'? 인덱스펀드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9.02.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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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추종 위해 파생상품 '필수'… 증시 활성화 차원에서도 육성

'아무리 유능한 펀드매니저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인덱스펀드가 장기 투자에서 펀드매니저가 자의적으로 편입종목을 조정하는 액티브펀드보다 성과가 낫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월가의 전설'로 이름높은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도 42년동안 주가지수(S&P지수)보다 나은 성적을 낸 건 19년에 불과했다.

인덱스펀드는 더도 덜도 말고 시장만큼의 수익을 낸다는 목표로 지수를 추종, 복제하다보니 비용도 저렴해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파생상품 거래가 투기? '천만의 말씀!'

이렇게 인덱스펀드가 '이름값'을 하는 데는 '파생상품 매매'라는 비밀이 숨어있다.



인덱스펀드는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는 게 기본이다. 이를테면 코스피200지수의 200개 종목을 똑같은 비율로 편입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지수만 추종해서는 지수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한다. 국내 인덱스펀드 평균 주식편입비중은 89%로 나머지는 환매 등을 고려해 현금이나 예금을 편입하기 때문이다. 지수와의 오차(트래킹에러)를 줄이기 위해선 지수 변동에 따라 주식편입비중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액티브펀드와 다를 게 없다.

게다가 200종목을 모두 편입하기 위해선 펀드 한 개의 자산 규모가 적어도 5조원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인덱스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 1-B'의 순자산총액도 6633억원에 불과하다(5일 기준).

이런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덱스펀드는 선물에 투자한다. 국내 출시된 대부분 인덱스펀드가 코스피200지수선물을 활용해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해 지수와의 격차를 좁힌다. 인덱스펀드로 운용되는 7조원 가운데 6조원이 이같은 '인덱스파생펀드'에 들어가 있다.


'위험상품'? 인덱스펀드 들여다보니


◇장기투자 인기 만점...판매사·감독당국은 '싸늘'

파생상품 거래 덕에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인덱스펀드의 성과는 빛이 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국내인덱스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26.64%로 국내액티브펀드(-28.64%)보다 낫다.



단기 수익률만 비교하면 별반 차이 나지 않지만 인덱스펀드 수수료가 액티브펀드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장기 투자시 인덱스펀드의 성과는 한층 돋보인다. 최근 자녀 교육비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인덱스펀드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덱스펀드는 판매사나 정부 당국의 싸늘한 무관심에 방치되는 수준이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자본통합시장법에 따라 대부분의 주요 판매사들은 인덱스펀드를 주식형펀드보다 더 위험한 상품으로 분류했다. 인덱스펀드는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수수료가 싸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판매 창구에서 대접을 받지 못해 왔다.

또 지난 해 실시된 장기 주식형펀드 소득공제 및 비과세 혜택에서도 인덱스펀드는 제외됐다. 파생상품에 투자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부양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파생상품시장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큼 급성장한 데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시장과 달리 시장 규모가 협소하고 역사가 짧다는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국내 인덱스펀드가 순수하게 지수만 따라가려면 펀드 시장도 커지고 주식시장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3배 정도로 성장해야 한다"며 "판매사나 당국의 좁은 시각으로는 국내 인덱스펀드 시장이 미국이나 영국처럼 발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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