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양효과..벌크선 시황 "봄날오나"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9.02.05 15:56
글자크기

운임지수 24년래 하루 최대폭 급등 ··· 용선료도 상승세 이어가

해운업 운임 지표인 건화물(벌크)선 운임지수(BDI, Baltic Dry Index)가 지난달 27일 1000포인트를 회복한 이래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BDI는 철광석과 석탄, 곡물을 나르는 건화물선의 운임 지수다.

최근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전 세계 철광석 해상물동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수입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다.



이에 따라 철광석 등을 주로 운반하는 '케이프사이즈' 벌크선(부정기선)의 단기용선료(6개월~1년)도 3만 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벌크선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케이프사이즈는 크기가 커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남아프리카 케이프 타운 아래의 항로로 다니는 선박을 지칭하는데서 유래됐다. 재화중량톤(DWT,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중량)이 12만톤에서 20만톤 사이인 배다.



5일 관련업계와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BDI는 전날 대비 168포인트(14.64%) 오른 1316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1000포인트를 회복한 이래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14.64%'는 일간 기준 1985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BDI는 지난해 5월 20일 1만1793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과 6개월 만인 12월 5일에는 66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85년 종합운임지수 발표이후 사상 최저점이었다.


이후 BDI는 800포인트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올 1월 중순부터 중국이 철광석 수입을 재개하면서 지난달 27일 3개월 만에 1004포인트를 기록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재고량 소진과 금융시장 경색으로 철광석 수입을 규제했던 중국이 경기부양과 쓰촨성 재해복구를 위해 철광석 수입을 재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 STX팬오션 관계자도 "벌크선 시황이 바닥을 찍고 저점을 통과한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약 800조원의 자금을 기반시설과 건설부문에 투자키로 했다. 또 경기부양시책의 일환으로 최근 강재 수출기업에 대해 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등 시설비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철강업체들이 그동안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조강생산에 나서며 철광석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 철광석 수출기업 사이에 오는 4월부터 적용되는 철광석 도입가격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17만톤(DWT)급 철광석 전용수송선박의 수요가 이달 하순부터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광석ㆍ석탄 등을 주로 운반하는 케이프사이즈를 중심으로 운임 회복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17만톤급 스팟 용선료(약 30일 내외로 배를 빌리는데 사용하는 뱃삯)도 지난 11월에 1일 기준으로 1500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2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3위 광산업체인 브라질의 리오틴트가 19만7800톤급 벌크선 1척을 3만 달러 선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용선료가 3만 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벌크선 시황 호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중국 철강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철광석 해상물동량은 8억4200만 톤 중 가운데 중국의 수입물량은 4억4250만 톤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다.



세계 벌크선박의 50% 가량이 철광석을 각국으로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에 벌크선 시황은 중국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한 해운조사기관에서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가동 될 경우 향후 2~3년간 철광석 수요가 1억~1억5000만톤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벌커호황 또한 중국의 철광석 수요에 따른 영향이 컸다"면서 "중국 철강 산업의 회복 여부에 따라 확실한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