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은 연세대가 열었다. 김한중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12학년도부터 수시전형은 본고사로 뽑겠다고 선언했다. 성균관대는 수시에서 6개 계열별 고사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권한을 넘겨받은 대교협은 일선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2010학년도까지는 ‘3불’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2011학년도 입시안의 경우 오는 6월 발표하겠다고 밝혀놓은 상태다. 이 와중에 연세대는 2012학년도 얘기를 미리 꺼냈다.
그러다 지난 2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일반고 1등급 학생은 떨어뜨린 반면 외고생은 7~8등급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나자 3불 지지론자들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역사교과서 이후 다시 진보-보수 전선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대교협은 뒤늦게 조사를 앞당기겠다고 밝혔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교협은 틈 날 때마다 “고려대도 우리 식구”임을 강조해 왔고,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회원 대학들에 대한 제재수단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결국 대교협 권한 강화는 대교협이 아닌 국회가 앞장서서 법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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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업무에서 벗어난 교과부는 ‘먼 산 불구경’이다. 예전 같았으면 칼자루를 쥐고 흔들기 바빴겠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관망하는 모습. 대학들이 자꾸 사고(?)를 치고 대교협이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대입 업무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관측하는 이도 상당수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3불 논쟁은 다시 진보-보수간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최근 “이념공방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 중심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3불은 과연 정부와 대교협 뜻대로 2013학년도에 자연스럽게 저절로 무너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