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債투자자보호 구멍 놔두는 감독당국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2.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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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의 사각, 회사채]<하>투자자 입장서 유연한 사고 필요

사채권자 보호에 큰 '구멍'이 생긴 원인으로 감독 규정의 허점과 함께 '관료의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의 재무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여러 공시 규정을 만들어 놓았지만,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이 크다. 이를 테면, 종전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거나 변제순위가 높은 사채를 발행할 경우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기존 사채권자가 만기에 원리금을 상환 받을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큰돈을 빌려올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은 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자기자본의 50% 이상 차입 △자기자본의 10% 이상 사채 발행 △자본금의 10% 이상 담보 제공 또는 채무 보증이 있을 경우 금융위원회나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에 신고토록 규정했다.



하지만 기업이 차입규모를 자기자본의 50% 이하로 줄이거나 사채발행액을 자기자본의 10% 미만으로 낮춰 반복 차입할 경우 이 규정을 우회할 수 있다.

또 최근 건설사 부도로 문제가 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투자자들은 감독당국의 관료적인 태도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해 신성건설이 지급보증을 선 부동산 개발 사업에 증권사를 통해 ABS에 개인 투자자들이 450억원을 투자했고, 은행권이 1550억원을 대출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신성건설의 부도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원리금 회수가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이런 경우 사업 부지를 주택보험공사로 넘겨 공매하는데, 공매의 특성상 제 값을 받기 힘들어 잘해야 투자금의 30% 수준만 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와 금융회사들은 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 사업을 진행키로 해결점을 찾았다. 주택보험공사에 땅을 넘기지 않고 은행이 분양자를 위해 추가로 500억원을 대출해 주고 대신 ABS의 이자를 당초 7%에서 5%로 낮춰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ABS 발행시 '유가증권신고서'의 이자율을 5%로 고쳐야 하는데, 금융감독원이 허가해 주지 않아 해결안이 벽에 부딪쳤다. 이율을 높이는 건 가능하지만 낮추는 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종의 '사해행위'로 보기 때문에 유가증권신고서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게 금감원측의 입장이다.

한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먼저 기준을 제시하지 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며 "또 선례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지고 '도장'을 찍어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한국증권연구원 박사는 "감독당국과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보증사채 위주의 안정적인 환경에만 익숙했다"며 "이런 탓에 무보증 사채를 발행할 때 사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관련 사례도 없었던 점이 투자자 보호 장치가 허술해 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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