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강남 부활을 꿈꾸나?

머니투데이 채원배 건설부동산부장 2009.02.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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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야기]강남 부활을 꿈꾸나?


"한달 만에 시가총액 2조원 올라." "5주 연속 상승 후 주춤." 강남 재건축아파트값 얘기다.

지난해 끝없이 추락하던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올들어선 '언제 그랬냐는 듯' 매도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해도 잠실 및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2006년말∼2007년초 최고점 대비 30∼40%가량 하락하면서 반토막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강남 아성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올들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로또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판교도 지난달 마지막 중대형 분양에서 최고 51대1의 청약률을 기록하는 등 '썩어도 준치'임을 보여줬다.



일부 부동산정보 제공업체는 때맞춰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매시장도 이상열기를 보이고 있다. 경매법정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가 하면 최고 101명이 경합을 벌인 아파트 물건도 등장했다. 그동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던 강남 고가 아파트에도 수십 명이 입찰에 나섰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말로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일까, 아니면 국지적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바라겠지만 강남을 시작으로 집값이 바닥다지기에 들어갔다면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동산과 건설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강남 집값 상승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바닥을 다진 후 오르는 게 아니라 각종 개발 호재에 힘입어 매도호가만 급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수천만원 이내로 격차가 좁혀진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는 다시 1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이른바 '급급매물' 거래가 간혹 이뤄졌지만 지금은 거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강남 매도호가 급등을 국지적 현상이라고 얘기하지만 현 상황에서 국지적 불안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집값 급등이 단적인 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시장을 강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이상 집값 급등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고 정책 혼선을 초래했다.

부동산과 경기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투기지역 해제 등은 분명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엄청난 호재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가 이런 대책을 왜 내놓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만큼 경기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이다.


매물을 회수하고 매도호가를 올리는 건 집 가진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그걸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매도호가를 높이면 사지 않겠다는 게 부동산시장의 현 주소다.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다시 크게 벌어지면 시장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부동산시장 회복의 바로미터는 거래다. 거래 없이 매도호가만 올라가는 건 또다시 모래탑을 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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