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끝없이 추락하던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올들어선 '언제 그랬냐는 듯' 매도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해도 잠실 및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2006년말∼2007년초 최고점 대비 30∼40%가량 하락하면서 반토막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강남 아성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올들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로또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판교도 지난달 마지막 중대형 분양에서 최고 51대1의 청약률을 기록하는 등 '썩어도 준치'임을 보여줬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말로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일까, 아니면 국지적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바라겠지만 강남을 시작으로 집값이 바닥다지기에 들어갔다면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동산과 건설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강남 매도호가 급등을 국지적 현상이라고 얘기하지만 현 상황에서 국지적 불안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집값 급등이 단적인 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시장을 강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이상 집값 급등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고 정책 혼선을 초래했다.
부동산과 경기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투기지역 해제 등은 분명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엄청난 호재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가 이런 대책을 왜 내놓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만큼 경기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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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을 회수하고 매도호가를 올리는 건 집 가진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그걸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매도호가를 높이면 사지 않겠다는 게 부동산시장의 현 주소다.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다시 크게 벌어지면 시장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부동산시장 회복의 바로미터는 거래다. 거래 없이 매도호가만 올라가는 건 또다시 모래탑을 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