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진술이 피해자 두번 죽였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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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 진술이 피해자 두번 죽였다


"여성들이 차에 순순히 따라 탔다"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강호순(38)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피해자 가족들과 주변인들은 그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고인의 명예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대 피해자 여성 유가족은 "고인의 평상시 행동을 보면 범인의 차에 순순히 탔을 리가 없다"며 "밤에 택시 타는 것도 무서워해 일찍 귀가하는 편이었다"고 밝히는 등 강호순이 거짓말한다는 입장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경찰이 밝힌 강호순의 진술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범인인 그만이 알 수 있다. 피해 여성이 순순히 그의 차에 탔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밝혀질 수 없는 문제다. 강호순의 진술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한 블로거는 자신을 '짐승의 손에 딸을 잃은 에미'라고 소개하며 죽은 딸의 억울한 사연을 소개하며 가해자 진술 중심의 조사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한 회사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딸이 성희롱 사건에 연루돼 직장상사에 의해 죽었다"며 "하지만 이후 '10개월간 교제를 했다'는 등 확인도 되지 않은 내용들이 가해자의 진술을 통해 마치 사실인 양 보도돼 죽은 딸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호순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의 유족들도 "왜 남의 차에 쉽게 올라탔느냐"는 세간의 오해어린 시선이 상처를 후벼파고 있다고 억울해한다.

전문가들도 강호순의 이 말 한마디로 고인이 된 피해자들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범인 입장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는데다가, 길을 묻는 등 접근하다가 남들이 보지 않으니까 흉기로 납치했을 수 도 있다"며 "피의자의 말을 보도할 때는 신중하게 하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 등을 합리적으로 가려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피해자인 20대 여대생이 차에 순순히 탔다는 강호순의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필명 기대감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 남자 차를 따라 탔겠냐"며 "남자가 타라고 했는데 타지 않아 강제로 태웠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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