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비맥주 인수 움직임 본격화

원종태 기자, 박희진 기자 2009.02.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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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하이네켄 등 해외업체와 재무적 투자자 그룹 등과 경쟁 전망..

롯데그룹의 오비맥주 인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롯데가 위스키(스카치블루)와 소주(두산 처음처럼)에 이어 맥주에 이르는 주류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롯데는 현재 맥주의 경우 아사히맥주 수입판매만 하고 있다.

1일 주류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오비맥주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롯데그룹은 오비맥주 인수 자문 증권사로 이미 메릴린치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들도 오비맥주 인수전 참여 의사를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그룹 관계자들은 신동빈 부회장이 오비맥주에 관심이 많은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비맥주 최대주주인 인베브가 좀더 적극적인 제안을 해오면 롯데그룹도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면서 "인베브가 롯데를 빼놓고 기업 매각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그룹 내 고위 관계자도 "신동빈 부회장이 오비맥주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인베브는 오비맥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오비맥주를 인수하는 것이 롯데그룹가 맥주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당시 걸어놓았던 독과점 규제가 오는 2010년 풀리기 때문에 그 이후엔 하이트-진로그룹의 영업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롯데그룹이 롯데칠성음료를 주축으로 이번에 오비맥주를 인수하지 못하면 맥주시장 진출 기회 자체를 아예 놓칠 수도 있다"고 했다.

◇오비맥주 인수전 '불꽃 경쟁'

전문가들은 오비맥주 인수전의 구도가 롯데 등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전략적 투자자와 사모펀드 등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간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오비맥주 인수전에 롯데그룹 외에도 일본 맥주업체 기린을 비롯, 하이네켄, 밀러 등 해외 맥주업체들이 전략적 투자자로 뛰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해외업체들은 최근 환율 상황 등 투자 여력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이어서 더욱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일 전망이다. 일본 아사히맥주의 경우 이미 롯데그룹과 함께 '롯데아사히주류'를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단독 참여보다는 롯데그룹과 공동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크다.

재무적 투자자들도 인수전에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어피니티와 MBK파트너스 등 두산주류 인수전에 나섰던 펀드들이 오비맥주 인수전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블랙스톤과 칼라일,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오크지프 캐피탈 등도 오비맥주 인수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투자자 대 재무적 투자자 중 어느 쪽이 인수전에서 유리할 것이냐는 문제도 관전 포인트다. 대결의 관건은 역시 인수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오비맥주 매각은 인베브가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산주류처럼 고용 승계 등 부대조건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비싼 가격을 쓰는 곳이 인수할 것"이라고 했다.

◇적정 인수가 2조원 이하 관측도
인수금액이 얼마나 뛸 것인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과 경기침체 등을 고려할 때 오비맥주 인수금액은 2조원을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오비맥주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 '에비타'(EBITDA,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를 빼기 전 이익)가 연간 2040억원(2007년기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에비타를 감안하면 인수금액은 2조원 이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인수주체가 다른 금융기관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오비맥주를 인수할 경우 이자율이 연 10% 정도 될 것"이라며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투자비용 회수기간과 에비타 등을 감안하면 2조원을 넘는 인수금액은 비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 2조원을 넘는 인수금액이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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