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마스크 논란..미국·일본도 공개하는데

정현수 기자 2009.01.3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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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해 3월 발생한 일산 초등생 납치 사건의 피의자 이모씨.ⓒ 홍봉진 기자↑ 사진은 지난해 3월 발생한 일산 초등생 납치 사건의 피의자 이모씨.ⓒ 홍봉진 기자


군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의 피의자가 밝혀지면서 피의자 인권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유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인권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피의자의 인권을 짓밟는 것은 또다른 이름의 폭력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극악범이 체포될 때마다 반복된 해묵은 논쟁인 셈이다.

이번 논란이 가장 첨예하게 이뤄진 것은 지난 27일 현장 검증 과정에서다. 군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의 피의자 강모(38)씨는 이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그리고 묵묵히 범행 과정을 재현했다.



강 씨의 치밀하고 끔찍한 범죄를 다시 확인한 유가족은 격분했다. 유가족들은 결국 "인면수심이 따로 없다. 당장 얼굴을 공개하라"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동참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유가족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살인자가 형을 마치고 나와서 다시 살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인의 얼굴을 모르니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실명까지 거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언론에서 직접 피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주로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일본에서도 극악범의 경우 미성년자를 제외하고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다. 드러내놓고 공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스크 등을 씌우는 행위를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

국내에서도 피의자 모자와 마스크 '세트'가 등장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지난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이뤄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경찰청 지침으로 피의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정훈 변호사는 "현재 '무죄 추정의 원칙'이 대원칙으로 지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정도는 허용하더라도 공인이 아닌 피의자의 신원까지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와는 거리가 먼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합의가 이뤄지거나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피의자 인권과 관련해 심의를 내려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

곽대경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 인권 문제는 아직 충분히 논의가 된 상황이 아니다"며 "문제제기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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