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그리(HANGRY)' 세상으로 위기 넘자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9.01.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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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짐'은 나눠질수록 가볍다

'행그리(HANGRY)' 세상으로 위기 넘자


세계경제가 어렵다. 마치 월가에서 터진 핵폭탄이 도화선이 된 듯 동서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도 경제의 어려움은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의 지적대로, 춥고 배고팠던 한국의 60∼70년대는 '헝그리(Hungry)사회'였다. 그 이후에는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는 '앵그리(Angry)사회'로 바뀌었다. 그 판에 또 경제위기를 만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높은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했다. 당초 '7·4·7공약'을 내걸었지만 결국 휴지가 됐다.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국정철학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내는 데도 성공하지 못한 것같다. 이를테면 '소통'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상당기간이 지난 후에야 '통합형 자유주의'가 제시됐다. 그러나 '통합형 자유주의'란 여론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수사일 뿐이라는 반론이 있었다.



또 이명박 정부가 과연 '통합'과 '자유'를 유기적으로 결합해나갈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는 회의론이 빗발쳤다. 사실상 규제완화와 감세, '작은 정부-큰 시장'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당한 월가에서 비롯된 경제위기인 외우(外憂)와 '촛불' 같은 내란(內亂) 앞에 무력한 정부에 한국인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비전을 공유하는데 실패


중요한 것은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보다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전상인 교수에 따르면 최소한 2가지다.

"첫째, 지난 60년간 한국은 '헝그리사회'로부터 탈출은 성공했지만 그 대신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앵그리사회'에 돌입했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그 때문에 남에게 화가 나 있다.

둘째, 한국의 60년 그 이후를 이끌어갈 미래세대가 취약하다. 전국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 정도가 10억원을 갖게 된다면 10년쯤 감옥에 가도 좋다고 응답했다는 최근 한 사회조사 결과는 한국의 미래와 관련해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그러나 미래는 열릴 것이다. 또 열려야 한다. 청소년 5명 가운데 4명이 있지 않은가. 어느 곳 어느 시대에나 앞서나가며 짐을 지는 그룹과 짐이 되는 그룹이 있게 마련이다. 미래는 과거와 같이 단순한 아날로그 사회가 아니다. 디지털문명의 다양한 사회일 수밖에 없다.

그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가 바로 '행그리(HANGRY)세력'이다. 헝그리정신을 지녔기에 도전적이면서도 분노가 아닌 오기와 자존심의 앵그리정신을 지닌 젊은 리더들이 이끄는 행그리사회인 것이다.

◇'당신 먼저 (You first) 관계주의'가 바로 미래를 여는 열쇠

행그리(HANGRY)는 하이테크(Hi-Tech) 재미(Amusement) 자연주의(Naturalism) 그린(Green) 현실주의(Realism) 관계주의(You first)의 이니셜이다.

H는 하이테크의 H다. 젊은 리더들은 정보테크(IT)를 중심으로 이른바 6T를 태생적으로 습득한 엘리트다. 6T는 정보테크 바이오테크(BT) 나노테크(NT) 환경테크(ET) 우주항공테크(ST) 문화테크(CT)를 뜻한다.

'재미'는 콘텐츠 시대인 21세기의 키워드다. 고기와 사과를 먹을 때 맛있어서 먹지, 단백질 몇%, 비타민C 몇%를 계산해서 먹는 게 아닌 것처럼 '재미'는 가치를 감싸서 운반하는 귀한 가치다. 그것을 아는 세대와 사회가 승리한다.

'자연주의'는 미래를 여는 열쇠다. 이제 비닐장판보다 자연목 마루판을 귀히 여긴다. 합섬보다 면이나 실크 옷이 대우받는 시대다. '그린'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가치다. 환경은 물론 태양에너지 등 자연을 섬기며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현실주의'는 좌우이념을 극복하는 지혜다. 꽉 막힌 보수와 광기어린 진보는 과거 이념장사꾼들의 노름일 뿐이다. 자유와 평등은 공존해야 한다. 대립적으로 해석하는 일 자체가 국민을 호리기 위한 일부 정상배의 포퓰리즘이다.

'당신 먼저(You first) 관계주의'는 탐욕의 주체일 수밖에 없는 이기(I first, ego)를 넘어서는 동양의 지혜다. 타인과 자연은 투쟁의 상대가 아니라 공존해야 하는 자아의 확장인 것이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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