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안 차관 사망, 남의 일 아니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1.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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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 고유가·경제위기로 업무 과중…작년에도 과장 2명 숨져

'워커 홀릭'이라 불리던 고(故) 안철식 지식경제부 2차관의 사망은 최근 경제 위기로 과도한 업무에 내몰린 공무원들의 처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안 차관은 사상 초유의 고유가가 엄습하던 지난해 에너지·자원 관련 최일선 실무 직책인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을 역임했다. 이때 에너지 대책 수립을 위해 휴일도 잊고 거의 매일 야근을 할 정도로 일에 파묻혀 지냈다.



지난해 4분기 들어 유가 상승세가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등 국회 일정 및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세부 추진 전략 작성 등에 몸을 혹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지경부 2차관으로 승진·임명됐지만 이 자리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급감한 수출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하는 위치였다. 안 차관은 수출이 30%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식도 치르지 못한 채 업무 매달렸다.



한 지경부 공무원은 "지경부의 일이 경제 정책 실무가 대부분이고 이해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고유가에 뒤이은 경제 위기로 각종 대책을 짜내야 하는 때인 만큼 안 차관 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경부에서는 지난해 6월에도 고 강혜정 전 과장(사망 당시 51세)이 과로로 병이 악화돼 숨진 적이 있어 '과로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강 전 과장은 2005년4월 산업자원부 본부 최초로 여성 과장으로 부임해 산업환경과장과 균형발전정책팀장 등 요직을 역임했지만 과도한 업무를 이기지 못해 유방암 재발로 유명을 달리했다. 강 전 과장은 주위에서는 요양을 권했지만 목발을 짚고 청사에 출근할 정도로 책임감이 투철했다.


강 전 과장이 사망한 달 지경부에서는 또다른 과장급 간부인 고 안성준 전 감사담당관이 지병이었던 간암이 악화돼 숨졌다. 안 전 담당관 역시 거동이 힘들어질 때까지 사무실로 출근해 일에 매진했다.

강 전 과장이나 안 전 담당관은 모두 과다한 업무로 지병이 악화됐음에 병을 앓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공무상 재해 인정조차 받지 못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지경부 공무원은 "나라 일 때문에 아픈 몸을 쉬지도 못하고 숨진 분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경제 위기로 국민들의 처지도 어렵겠지만 공무원들도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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