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성장률 쇼크 속 비정규직법 손질 고삐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1.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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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5.6%로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용시장의 비상 경고음이 더욱 커졌다. 당정은 고용사정이 더 악화되기 전에 비정규직법을 손질하자며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정부와 2월중 대책의 가닥을 잡아 입법 및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최근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2월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비치며 "설이 지나면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간 노동계의 반대로 지지부진했던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이처럼 비정규직법 개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일자리의 질을 따지기에 앞서 비정규직이라도 고용돼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급선무란 인식이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현행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고 만 2년이 되는 오는 7월이 되면 많은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거나 정규직 자리가 없다면 아예 그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해야 한다. 비정규직으로 만 2년 사용하고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는 직원도 줄이려는 판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올 상반기에 대규모 비정규직 해고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오는 7월에 사용기간이 2년이 되는 비정규직은 약 9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정이 오는 7월 전에 빨리 비정규직법을 손질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장관은 "경제위기로 연초부터 기업들이 근로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타깃이 되고 있다"며 비정규직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통계청의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제로 비정규직은 고용 한파를 가장 먼저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에 속하는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9만4000명과 13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 결과 지난해 12월 취업자수는 2003년 신용카드 부실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실업급여 신청자 증가율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비정규직만 양산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부는 법 개정을 강행할 방침이다. 고용시장이 심각하다는 점에 대해선 모두 공감하고 있고 경기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나마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만큼 노동계 반발에도 이번에는 비정규직법을 개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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